2012년 환경영화제가 개막을 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월요일. 오늘 하루를 온전히 “환경의 위기”를 알리는 주제를 따라 지내려고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아침- 10시 상영작부터 도전한다.

영화 1: <사라지는 벌>

카나다 퀘백시 양봉농가. 양봉하는 청년농부가 벌통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린다. “벌들이 점점 죽어가요. 근데요, 죽음은 다른 죽음을 부르거든요!” “요새는 사람들이 밭에서 단백질만을 얻으려고 해요…”, “자본주의는 짧은 기간에 주머니 속을 채워 넣는 것만 생각해요.” “살충제양은 100배 줄였는데 독성은 1000배가 되었어요” 벌들의 먹이가 이제는 더 이상?꿀이 아니다. 독이다.

영화 2: <음식쓰레기의 불편한 진실>은 12시에 만났다.

대형유통의 또 다른 진실 - 마켓이미지를 위해서, 신선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폐기날짜보다 훨씬 전에 것만을 진열한다. 매대 위의 풍성함을 시위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싱싱한 식품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다국적 기업은 아예 생산하는 밭에서 과일, 채소의 규격을 정하고 그 규격에 맞지 않으면 밭에서 버리는 것이 50%이다. 세계적으로 유통하려니까 규격상자에 포장하기 쉽게 재배하기위해 쪽 뻗지 못한(?)것들은 다 버린다. 빵, 깡통, 유제품등도 엄청나게 버려진다. 우리는 그런 대형마트를 세련되고 물건이 많고 좋다고 애용한다. 한 가정 식탁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여기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의 ‘빈그릇운동’이 비어(?)보인다. 간편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고 다시.

영화 3: <핵의 나라>를 2시 30분에 본다.

2011년 3월 11일 이후 카메라의 눈이 후쿠시마 원전마을을 향한다. 무표정한 피난민들. 원전은 편리하고 필요하고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선전과 안전하다는 설득에, 교부금도 필요한 낙후된 마을은 원전을 허락했다. 집도, 학교도, 도서관도 잘 짓고 몇 십 년을 잘 살았다.

“이제 우리에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영원히 고향을 잃었어요.” 피폭된 상태의 촌장이 후회하며 하는 말이다. 저들의 생명과 고향을 담보로 하고 원전의 열매는 대 도시가 따먹고 잘 살아왔는데…. 울진, 고리, 영광등 원전지역의 사람들이 이제 눈에 밟힌다. 그들은 원전전력의 1%밖에 쓰질 않고 서울과 도시의 우리가 다 쓰는데……. 어떡하나?

장장 2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니 오후 5시 -저녁 먹고 다시 7시 30분.

영화 4: <잿더미 속에서의 희망>을 본다.

톳을 따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전형적인 가난한 해안 마을,<이와이시마>. 일본 전력의 배가 바다 위에 떠서 마이크를 대고 어촌 어르신들을 향해 퍼붓는다.

“얼마나 사시겠어요, 다들 살기 힘들어 떠났잖아요? 좀 편히 사실 수 있으신데요, 마을 식구들 중에도 찬성하는 사람 있잖아요, 젊은 사람은 다 떠났잖아요, 잘 살게 해드릴께요. 원전은 안전합니다.” 이 어촌에서도 후쿠시마와 같이 원전을 세우기 위해 일본 전력 쪽에서 27년간 협상과, 협박과, 멸시와 회유와 공사 강행을 시도했다. 수년 동안 카메라는 어촌 어른들의 투쟁의 생활을 찍어낸 것이다. “당신들은 거짓말쟁이다!, 추한 전력이다!, 어림도 없다! 우리는 이 생활과 고향이 더 귀하다!” 생계가 버거운 상황에서도 일본 전력이 해안에 배를 띄울 때마다 배를 맞 띄우며 똘똘 뭉쳐서 원전은 절대로 안 된다고 수십 년을 버텨온 거다. 이렇게 싸우는 장면이 영화 마지막 사진으로 자막에 “2010 가을”이라고 나왔다. 그 다음은 상상해본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쓰나미는 <이와이시마> 어르신들의 절규에 평화의 답장이 되어 날아온 것이리라. 이 어촌은 후쿠시마 원전 소식에 승리의 환호를 질렀을까? 아니면 어촌은 더 허탈했을까? 후딱 날아가서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껴안아주고 싶다. 우리는 “어떻게” 위기의 시대를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