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012

 

 

 

 

 

 

 

 

 

 

 

 

  오늘을 바라보며

 

나이의 터부

 

 

 

 

 

 

 

 

 

 

 





임 희 숙



성공회대 겸임교수
기독여성살림문화원 원장
lim8392@dreamwiz.com






 


사람들을 만나거나 모이는 자리에서 주목되는 현상은 참여자들의 연령대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각자의 역할과 상호 관계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행은 보이지 않게 연령별 위계질서와 세대 간 단절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속해 있는 기독여성살림문화원은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고루 섞여있는데, 나이 차이와 세대 간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참여자 모두가 모임의 전 과정에서 상호 배려와 자발적 협력으로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갑니다. 이런 모습들은 고령화 사회에서 세대 차이와 젊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추세를 고려해 볼 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이 듦을 의식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적 나이를 적절하게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몸의 변화를 시도합니다.?운동, 성형수술, 화장, 호르몬 요법 등 외모 가꾸기가 단적인 것으로,?젊어지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와 소비 자본주의가 맞물려 오늘날에는 사회적 물의까지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이데올로기 가운데 하나가 나이 차별주의입니다.?나이 차별주의는 한편으로는 유교적 관행으로 연장자 우선주의 유형과, 다른 한편으로는 젊음의 특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연소자 중심주의 유형으로 나뉘어지는데, 우리 사회에는 이 둘이 혼재하고 있습니다.?특히 연소자 중심의 나이 차별주의는 시장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하려는 문화 전략과 손을 맞잡고?나이 차별을 확산시킵니다. 대중매체를 통한 이미지 효과는 젊음에 대한 강박을 낳고,?젊음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만들어냅니다. 젊음을 매력, 순수, 열정, 능력, 희망과 동일시하고, 젊지 않음 또는 늙음을 상실, 교활, 무기력, 무능력, 추함, 불쌍함 등으로 상징화하는 사회적 인식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 문제는 이와 같은 나이 듦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배제와 차별의 구조를 만들어내어 모든 연령층이 함께 사는 일을 방해한다는 데?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젊지 않은 단계로 들어선 사람들은 나이 듦으로 인해 일상적인 배제와 소외를 경험합니다. 소위 세대차라는 합리적 경계 긋기는 세대 간 소통과 연대를 단절시키고, 세대 갈등이라는 개념도?젊음이 지니는?지배력을 은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나이든 세대가 지닌 잠재적 가능성은 폭력적으로 억눌리고,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성은 속절없이 억압됩니다. 그러나 나이 차별주의의 피해자는 나이든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아직 젊은 사람들도 나이 듦에 대한 막연하고 근거 없는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혀 자유롭지 못합니다.

노령화 사회를 염두에 두고 볼 때, 나이가 들면서도 자아 존중감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은 나이든 사람들의 욕망과 그 실현입니다. 경로사상으로 대접을 받던지 나이 차별주의로 푸대접을 당하던지 간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그것을 충족하는데 더 큰 억압을 경험합니다. 그것은 젊음의 상실을 욕망의 소멸로 맹신하게 하는 나이 듦의 신화에서 비롯된 한 결과일 것입니다. 나이든 사람들이 “몸은 늙어도 마음만은 그대로”라고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런지요. 나이 듦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너무 쉽게 은폐되거나 억압받는 욕망들, 즉 호기심, 상상력, 놀이의 즐거움, 순진함, 지적 추구, 질문, 개방성, 웃음, 장난, 모험정신, 자발성, 꿈, 유연성, 감수성,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욕구 등은 마땅히 재평가되고 회복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어도 활기와 창조력, 삶의 풍요함을 유지하려면 이런 욕망들이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누군가의 관심을 끌고 위로와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는 모든 연령층에 나타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 나이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라는 말을 내세우며 자발적 포기와 좌절을 강요하는 ‘나이의 터부’는 극복되어야 합니다.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삶이 있다고 누군가 말을 한다면, 그가 어떤 의도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살펴보고 그것이 부당할 경우에는 저항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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