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11

 

 

 

 

 

 

 

 

 

 

 

 

  오늘을 바라보며

 

영적인 허기 속에서 살아라

 

 

 

 

 

 

 

 

 

 

 





이순임


목사
한양대학교 교목
soonim@hanyang.ac.kr






 


전 세계 사람들에게 놀랄 만한 장난감들을 선물하는 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이 세상을 뜨자, 지구인들은 저마다 슬픔에 잠겨 아이새드 isad를 외쳤다. 음악을 손 안에 휴대하고 다니도록 만들어준 아이팟, 전화기를 손안의 PC로 바꾼 아이폰, 걸어다니는 PC 시대를 연 아이패드의 뒤를 이어 그가 지구인들에게 선물한 마지막 품목은 아이새드였던 셈인가.

전세계가 그를 추모하는 가운데 여러 어록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가 즐겨 사용했다는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쉬”라는 명언의 속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명언은 스티브 잡스가 남긴 명연설 중의 한 대목으로,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사회 진출을 앞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축사 중에 등장한다. 그는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삶을 낭비할 수 없으며, 진정으로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살라”고 충고하면서, 어린 시절에 늘 끼고 살았던 "세계 전체의 카탈로그"라는 책에 나오는 한 구절로 연설의 마침표를 찍었다. 거기에 나오는 말이 바로 “늘 허기지게, 늘 바보인 줄 알고 살아라” Stay Hun- gry, Stay Foolish이다.

이 책은 스튜어트 브랜든이라는 사람이, 타이프라이터와 가위,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이용해서 편집 저작한 것으로, 스티브 잡스의 표현을 빌자면 ‘종이책 형태의 구글’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판을 거듭하다가 종이책 백과사전들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거의 다하게 되었는데, 최종판의 뒤표지에 찍힌 바로 그 명언이 스티브 잡스에게 차용되어 스탠포드 대학 연설문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Stay Foolish를 “늘 우직하게 살아라”로 옮긴 기사들이 적지 않지만, 그가 전하고자 했던 것은 이런 맥락만 훑어보아도 크게 어긋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적인 허기증, 지혜의 허기증은 자신이 부족한 줄을 알 때만이 생겨난다. 주께서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복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내 잔을 비워야 한다. 빈 잔을 들고 서 있어야 귀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채워져 있는 잔은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채워 줄 수가 없다. 자신이 부족한 줄 알아야 그 부족한 것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적인 배고픔과 허기와 목마름이 있어야 존재에 대한 질문도 던질 수 있다. 내 안에 무엇이 있어 이 허기를 느낄 줄을 알까?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네?’라고 대답할 줄 아는 내 안의 “그것”은 무엇인가? 내 안에 누가 있어 내가 잠을 잘 때에도 심장 박동을 뛰게 하는가? 내 안에 무엇이 있어 세상을 알아보고 세상을 향해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가? 나 자신과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 만질 수도 없고 닿을 수도 없는, 나의 전부이면서도 딱히 이것이라고 지적할 수도 없는 무엇이 있어, 나로 하여금 삶의 춤을 추게 하는가?

살코기들로 배를 잔뜩 채우고는 정작 영적인 배고픔은 모르는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성령의 선물이 주어질 리 없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주린 정도와 상태를 알아야 채워질 도리가 생긴다. 주린 배의 상태를 아는 것, 그것은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우리 스스로 자기 자신의 굶주리는 정도를 알아야 한다. 주인은 우리들 각자에게 1달란트, 5달란트, 10달란트를 맡겨놓고 여행을 떠나 버렸다. 주어진 달란트를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일차적으로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자기 자신이 몇 달란트를 가졌는지조차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불릴 생각을 내지 않을 수밖에.

진리를 살지 못하는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을지라도, 진리를 추구하지 않고 포만감에 사로잡힌 채 영적인 물음표를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은 아마도 용서받을 수 없지 않을까. 자기 배 주린 줄을 알면서 살았기에 늘 새로운 것에 목이 말랐던 우리 중의 한 거인을 떠나보내면서, 내 안의 영적인 허기증을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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