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이다. 추운 겨울과 매서운 꽃샘추위를 견딘 나무들이 축제의 노래를 부른다. 그 모진 바람 덕분에 땅 속으로 나무의 뿌리가 쭉쭉 뻗어간다고 한다. 조그만 씨앗 하나가 떨어져 세월과 함께 나무가 되고 마침내 푸른 숲을 이룬다.

2010년 경인년, 60년만의 하얀 호랑이 띠를 맞아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충만했다. 그런데 다람쥐 쳇바퀴 같은 바쁜 일상을 되풀이하며 새해 계획이나 목표는 사라진 듯하다. 어느새 6월, 한해의 절반이 지나려는데 내 생각대로 오늘 하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습관들이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이루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내 뜻대로 안 된다. 때때로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어딘가에 갇혀있는 느낌이지만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모른다. 세상을 앞장서서 리드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본다. 참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어쩐지 나는 애당초 그런 거목이 아닌 것 같다. 솔직히 그대로 따라 할 자신과 용기가 없다. 또다시 작은 일상에 몸과 마음을 파묻는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별수 있나?”하면서 안일한 감상주의와 눈에 보이는 현상의 세계에 빠진다.

오늘도 모여서 남의 이야기나 눈길을 끄는 뉴스를 안주 삼아서 열심히 잡담을 나눈다. 매스컴이 전해 준 다양한 정보를 앵무새처럼 주고받으며 마치 내가 찾아낸 보물인양 목소리에 힘을 주며 잠시 흥분을 한다. 사람들과 헤어지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스산하다. 왠지 까닭 모를 서글픔과 공허함 그리고 막연한 불안감이 안개처럼 스물스물 차오른다.

이건 아니지 싶어서 또다시 책을 붙잡는다. 우리는 독서로 사고력과 통찰력을 갖게 된다고 배웠다. 물론 독서를 통해 내 생각이 점점 여물어 간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머릿속에 여러 사람의 사상이 들어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만다. 자칫하면 독서로 얻은 많은 지식에 취해서 남의 지식을 자기 지식인양 자랑하면서 실천은 하나도 하지 않는 무의미한 자기만족에 머무를 수도 있다. 책은 단순히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다. 되새김질의 과정을 통해서 온 몸으로 읽고 내 삶에 적용할 때 비로소 나의 생각이 쑥쑥 자라게 된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몸에 멋진 근육이 붙는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과 습관을 가지면 생각에도 근육이 붙게 된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눈부신 활략을 한 피겨퀸 김연아 선수는 “그동안 충분히 연습을 할 시간이 있어서 경기에 임했을 때 별로 긴장이 되지 않았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목표를 향한 집중과 열정, 긴장 그리고 인내를 통한 성숙함이 보인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능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물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피동적인 것은 물질의 속성이요 능동적인 것은 생명의 속성입니다.> 2008년 타계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가 쓴 마지막 산문인 ‘물질의 위험한 힘’에 나오는 글이다. 생명의 아름다움을 능동성에서 찾아낸 깊은 안목을 보여준다.

한국어는 능동태와 수동태를 구별없이 섞어서 사용한다. 그런데 영어에는 확실한 구별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를 주어로 써야할 때 수동태를 사용한다. 영어 전공 원어민 강사 한 분은 “수동태를 자칫 잘못 사용하면 어색해진다”면서 “능동태로 표현한 글은 생명력이 있다”고 전한다. 지금 내가 쓰는 말을 관찰해본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살아있는 표현인가? 아니면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버무린 공허한 말의 잔치인가? 나는 누구인가? 해박하지만 표피적인 지식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성찰과 사색을 통한 내공을 갖춘 지성인이 될 것인가?

오늘 나는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인가? 되새김질을 통한 독서로 나의 생각을 숙성시키자. 그 성숙한 생각이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눈부신 6월을 만들자. 스스로 사색을 통해 나온 좋은 생각의 씨앗을 내 안에 뿌리고, 그 맑은 생각이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도록 하자. 새해에 세운 계획과 목표를 돌이켜보자.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주님 안에서 자신감을 갖고 하나씩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