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종교보다도 특히 기독교는 '신앙의 유산'을 많이 얘기한다. 성경에서보이는 훌륭한 사람들의 본보기나, 핵가족 부모들의 삶을 보며 신앙을 이어 받고 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피붙이는 아니지만 사회 속에 스며들어 있는, 또한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신앙의 유산'을 말하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연습’이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덕목도 자꾸 자꾸 연습하지 않으면 나의 것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번 다솜학교 겨울 여행에서 이 '연습'에 대한 묵상을 많이 하였다. 여수 순천을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여행 떠나기 전에 이미 내어준 숙제들이 있었다.

* 여수 순천 사건 (10 / 19 사건 )에 대해서 알아보기,
* 손양원 목사에 대해서 알아보기,
* 2012 엑스포에 대해서 알아보기 등….

아이들은 인터넷에 들어가서 자기 나름대로 조사한 것을 버스 속에서 발표하였다. 그것을 들으면서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오던 역사를 아는 시각이 달라졌다. 전에 우리는 '여수 순천 반란 사건'이라고 배웠는데, 지금은 반란사건이 아니라 '여수 순천 사건' 이라고 한다. 역사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록되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대개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나 힘이 있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기록하는 예가 많다. 이럴 때도 우리는 '신앙'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앙이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시각으로 인생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양원 목사님의 아버지와 같은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나는 어릴 적부터 손양원 목사의 '사랑의 원자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여수 순천 사건과 관계가 있는 줄도 모르면서 그저 공산당과 관계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무지함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러나 자기 아들을 죽인 사람을 용서하고 그를 아들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할머니는 나에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을 나에게 숙제로 주곤 하였다. 나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늘 기도할 때에는 나에게 미운짓을 하는 사람을 용서해야 내가 하느님 앞에서 용서를 받는다는 부담감을 늘 지니고 살아 왔다.

다솜학교 학생들과 손양원 목사의 기념관에 들렀다. 목사님의 9가지 감사기도를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아들을 죽인 사람을 회개시켜 자기 아들을 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기도가 내 마음을 찔렀다. 나는 아직도 미운 사람을 완전히 용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이 '연습'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연습을 해야겠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구원의 은총 속에 들어간 내가 그것을 못한다면 하느님이 나에게 섭섭해 하지 않을까 싶다.

? 사실상 손양원 목사님의 그 사랑에 대한 신앙을 어릴 때부터 배워 왔는데도 70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으니 내 자신도 답답하다. 자식을 키웠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선생님 노릇을 일생동안 해온 사람의 고백이 고작 이것일진대 그나마도 연습하지 않고 살아 왔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동안의 잘못이나 옛것은 막설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알게 모르게 손양원 목사님은 나에게 사랑의 신앙을 물려주신 것 같다. 그분과 나는 본적이 같다. 경상남도 함안군 칠원면이다. 이렇게 나는 그분과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다는 핑계라도 대어서 묶어 놔야 내가 사랑을 연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연습'이라는 것이 처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운동선수들이 연습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듣곤 한다. 성공한 가수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 기가 막힌 고생이 따른다. 그런데 우리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신앙은 '연습'이다.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손들이 '신앙의 유산'을 받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