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기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시대를 연상케 하듯 이 시대의 기독교가 깊이 부패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능력을 빌미로 욕망을 바벨탑처럼 쌓아 올리고, 인간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을 묵상하며 내 안의 진정한 나를 찾는 일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신적인 측면만을 생각하며 마치 자기 자신이 신적인 존재가 된 양 행세한다. 그들은 능력을 받았으니 예언하고, 방언하고, 병고치고, 귀신 내쫓고, 말씀 선포하는 행위를 한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이런 은사들은 자기 자신들의 능력이 되어 인간의 높아지려는 속성과 맞물리며 추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능력들은 성전화 된 교회 안에서 거룩한 가면을 쓴 목회자들의 도구가 되어 많은 평신도들을 울리고 있다.

하나님의 능력을 빙자한 안수기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당신이 이 땅에 임하시어 당신의 피조물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며 평화스러운 관계가 이뤄지기를 바라시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어느 성전화 된 교회의 거룩한 목회자는 자신의 안수기도로 아기를 갖게 할 수 있다거나 아픈 부위를 낫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교인들에게 갖게 한 후, 교인들을 자기 손 안에 두고 성욕의 대상으로 즐김으로써 문제를 일으킨다. 자신이 대제사장이요, 하나님의 대행자라고 여기며 행하는 거룩한 목회자에 의한 성폭행은 유감스럽게도 성전화 된 교회나 기도원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목회자들을 신처럼 모시는 교인들은 처음에는 그들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이것이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 이들은 말 못하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아픈 마음을 하소연 할 데가 없는 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줘야한단 말인가?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전화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사연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답답한 심정이요, 씁쓸한 마음이다. 이런 부류의 거룩한 탈을 쓴 목회자들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들은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은 자들이니 하나님이 벌주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단 말인가?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리하자니 피해자 또한 수치스럽고 창피한 노릇이요, 교회법에 호소하자니 어느 종교 단체도 딱 부러지게 이런 문제를 처리해 주는 곳이 없다. 상담자인 나도 또 하나의 상처를 받으며 피해자의 마음을 공감하는 일과 그 악몽에서 벗어나도록 힘을 실어 주며 기도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변화를 바라며

이런 양의 탈을 쓴 거룩한 목회자들의 마음이 변화 될 수는 없을까? 누가복음 4장 1-13절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받으시고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하며 기도하실 때 악마에게 세 번의 시험을 받으셨던 말씀을 묵상하며 희망을 가져본다.

첫째, 악마는 예수님께 돌을 빵으로 만들라고 유혹한다. 둘째, 악마는 세계 모든 나라의 권세와 그 영광은 자기의 것이니 내 앞에 절하면 이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한다. 셋째,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려라. 그러면 하나님이 보호해 줄 것이라 한다. 이 악마의 유혹조건들은 놀랍게도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권세욕, 물욕, 욕망에 사로잡힌 믿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지배욕, 거룩해 지려는 욕구, 이런 거짓 자아들이 내 안에 있어 이런 조건들이 ‘나’인 양 착각하며 살아간다. 이런 욕구들은 내가 태어나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무의식적으로 내 존재의 가치인 양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런 악마가 유혹하는 조건들이 진정한 ‘나’일까? 이 모두는 거룩한 목회자나 평신도 안에 있는 욕망의 환상일 뿐이다. 예수님께서는 교활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시고 우리에게 놀라운 선물을 하셨다.

첫째, 사람은 빵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둘째, 주 너희 하나님을 경배하고 그 분만을 섬겨라. 셋째, 주 너희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하셨다. 유혹에 빠지지 쉬운 생각과 감정으로 범벅된 마음에서 깨어나 나와 내 안에 계신 하나님, 그 분만이 나의 참된 내 자신임을 깨달아 영원한 현재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과거의 나에게 메여 있지 않고 미래의 나에게 메여 있지 않는 ‘지금 여기에’ 있음을 느끼며 살라는 것이다. 만약 진정한 나 자신을 찾지 못하고 거짓 자아에 갇혀 산다면 안수기도로 거룩해진 목회자들은 기독교인 특히 여신도들에게 계속 영향력을 행세하며 색깔이 고운 독버섯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