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04

 

 

 

 

 

 

 

 

 

 

 

 

  강정규 연재동화

 

다시 별나라에서 (1)

 

 

 

 

 

 

 

 

 

 

 


강 정 규

강정규님은 동화작가로 크리스챤 신문사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시와 동화" 발행인이며 햇순 편집위원이다.

삽화 : 배순교 (다솜학교교사)








 


“나왔어!”
아빠가 화장실에서 소리치셨다.
“나왔어요?”
엄마가 되물으셨다.
“백 원짜리야, 아빠?”
경일이가 말했다.
“그럼 백 원짜리지, 뱃속에서 동전이 이자가 붙니?”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오시며 말씀하셨다.
“아휴 냄새, 빨리 물 좀 내리세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돈을 꺼내야지, 구역질나서 담배 한 대 피우구.”
아빠가 말씀하셨다.
“그냥 버려요. 잘못돼서 수술했더라면 5만 원 없어질 뻔했는데 그까짓 백 원.”
엄마가 말씀하셨다.
“아냐, 핫도그 사 먹어야 돼”
경완이가 말했다.
“그래 그래. 꺼내 씻어줄 테니 핫도그 사서 도로 먹어라.”
아빠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아휴, 진짜 구역질 난다.”
경일이가 말했다.
“당신, 교회에 감사헌금 하세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참 편리한 기독교인이군.”
아빠가 대꾸하셨다.
“무슨 소리예요?”
엄마가 물으셨다.
“김 국장이 그러는데, 우리나라 기독교인은 고뇌가 없다는 거야. 죄 짓구 교회 가서 기도하구, 또 죄 짓구 교회 가서 헌금하구…….”
아빠가 말씀하셨다.
“그거야 뭐, 당신이나 나나 마찬가지 아녜요? 그건 그렇구요, 민영이 할아버님이 위독하시다면서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렇다는 군. 원산, 명사십리 해당화, 어쩌구 헛소리만 하신다는군.”
아빠가 말씀하셨다.
“알았어요. 어서 동전이나 꺼내시든지 물을 내리시든지, 원… 아침밥은 다 먹었네…….”
엄마가 투덜거리셨다.
경일이는 민영이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동자삼 이야기를 아시는 할아버지, 천군사 오르는 길 옆의 비닐하우스 노인정에서 고향 생각을 하고 계셨구나.
경완이는 삼촌을 생각했다. 동화집만 보내고, 오지도 않고, 무얼 하고 있을까? 왜 장가는 안갈까. 우리 선생님을 색시삼으면 참 좋을텐데 말야.
“엄마, 엄마, 민영이 아빠가 삼촌 다니던 신문사 국장님이랬지? 그런데 왜 삼촌은 신문사 그만뒀어? 김 국장님이 삼촌 내쫓았어?”
경완이가 말했다.
“……”
엄마는 잠자코 계셨다.
“그건 말야. 삼촌은, 동화만 쓰려구 신문사를 그만둔거야.”
경일이가 엄마 대신 대답했다.

“옛다, 백 원이다.”
아빠가 동전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화장실에서 나오시며 말씀하셨다.
“당신도 참, 애들이나 똑같구려. 삼킨 아이나 꺼낸 어른이나. 아침식사는 어떻게 하시려우? 그 손으로…….”
엄마가 말씀하셨다.
“어때 엄마. 난 밥 한 그릇 다 먹구 이 돈으로 핫도그 사 먹을 걸.”
경완이가 말했다.
“그래, 삼촌 말대로야. 먹은게 똥으로 나와서 흙이 되구, 그 흙에서 다시 먹을 게 나오구, 그걸 먹고 살던 사람도 죽으면 다시 흙으로 가구…….”
“그래, 그래. 어서 밥이나 먹어라. 여하튼 장씨네 집안 사람들은 알아줘야 된다구…….”
엄마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그 백 원짜리 말이다, 잘 뒀다가 경완이가 자라서 장가가면 색시한테 보여줘. 핫도그 사 먹지 말구…….”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이구 좀 그만 끝내주세요. 밥상머리에서 아버지나 아들이나 하는 소리가 똥 얘기니, 원…….”
엄마는 아예 방안으로 들어가셨다. 경완이가 동전을 삼킨 지 사흘째 되는, 주일날 아침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삼촌의 편지를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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