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03

 

 

 

 

 

 

 

 

 

 

 

 

  강정규 연재동화

 

저 숲을 보아라 (4)

 

 

 

 

 

 

 

 

 

 

 



강 정 규

강정규님은 동화작가로 크리스챤 신문사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시와 동화" 발행인이며 햇순 편집위원이다.










 



숲이 숨쉬고 있었다. 깔고 앉은 흙이 숨을 쉬고 있었다. 나방 떼는 잠시 동안 나무에 붙어 잠을 자고 있으나 여전히 숨을 쉬고, 수천 수만 개의 나뭇잎들도 숨을 쉬고 있었다.
“흙에서 나온 것은 흙으로 되돌려줘야 해. 그런데 사람들이 빼앗고 죽이고 있어.”
삼촌이 다시 말했다.
“사람도 흙으로 빚었대. 교회에서 배웠어.”
경일이가 말했다.
“그래, 하나님이 생명을 불어 넣으셨지. 온갖 만물을 만드시고 생명을 주신 거야. 그러니까 생명은 끝이 없어. 그런 데 사람들이, 무엇을 모르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욕심만 채우기 위해 흙을 죽여, 땅을 죽인단 말야, 흙이 바로 우리네 고향인데 말이지…. 경완이는 오늘 시내에 나가서 봤지? 길마다 아스팔트를 깔고 시멘트를 발랐지? 좀 심하게 말하면 흙의 숨통을 막은 거나 마찬가지야. 땅의 숨구멍을 모두 틀어막은 거야. 숨을 못 쉬면 죽잖아?”
삼촌이 말했다.
“그래서 삼촌은 신문사 다니다 말고 시골 가서 사는 거야?”
경일이가 말했다.
“장가도 안 들고?”
경완이가 덧붙였다.
“녀석들… 그러니까 동화를 쓰지 않니?”
삼촌이 웃으며 말했다.
“동화가 삼촌 색시야?”
경완이가 생글거리며 다시 말했다.
“그래, 난 동화하고 결혼했다. 왜?”
삼촌이 말했다.
“삼촌은 모르는 것을 모르는 군.”
경일이가 말했다.
“이 녀석들이 삼촌을 놀려?”
삼촌이 웃으며 알밤 주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삼촌!”
경완이가 말했다.
“왜?”
삼촌이 경완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경완이 얼굴에 다시 그늘이 지고 있었다.
“저 말야, 날아간 아기 새는 살아 있을까?”
경완이가 말했다.
“그래, 내가 아기 새를 찾으러 가자고 했었지? 그래서 이 숲 속에 온 거지? 그렇지만 경완아, 그리고 경일아, 새는 날아야 하는 거야. 그래서 새는 날개가 있어. 날개는 날라고 있는 거야. 날아간 아기 새는 날고 있을 거야. 아무래도 새장 속보다는 나을 거야. 처음엔 오히려 먹이를 찾기도 어렵고, 둥지도 없고 어미 새도 없으니 불편하고 쓸쓸하겠지. 그러나 새장 속에서 오랫동안 길들여진 어미 새들보다는 일찍 놓여난 게 나을 거야. 얼마 있으면 친구도 생기고 먹이를 구하는 방법도 알게 되겠지. 염려 하지 마.”
삼촌이 말했다.
“집에 있는 새 모두 날려 보낼까?”
경일이가 말했다.
“글쎄, 그건 너희 둘이 결정해야지.”
삼촌이 말했다.
“형, 우리 그 새들 모두 새집에 갖다 주자.”
경완이가 말했다.
“왜?”
경일이가 물었다.
“새 집에는 새들이 많잖아. 아니면 민영이 누나네 도로 갖다 주든지….”
경완이가 말했다.
“왜냐니깐?”
“그건 말야, 새는 새들과 함께 있는 게 좋겠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끼 잃은 어미 새가 불쌍하구, 아기 새를 쪼아 죽인 잉꼬 새가 밉단 말야. 잉꼬 새장 속에 있는 횃대에는 아기 새가 흘린 핏자국이 남아 있단 말야….”
갑자기 경완이가 울기 시작했다.

 

 

 

 

 

 

 

 

 




153-801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25 서광빌딩 4층   Tel 02)854-6802, Fax 02)869-2652
153-801 60-25 Kasan-dong, Keumchun-Ku Seoul, Korea  
  cbs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