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알 수 없는 일이야. 이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아. 그러나 가만히 있어 봐. 나무들이 숨쉬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그래, 모든 것들은 숨 쉬고 있어. 살아 있는 거야….”
삼촌이 말했다.
“…”
“…죽은 듯이 엎드려 있는 저 수천 마리의 나비들도 살아 있고, 우리가 깔고 앉아 있는 이 흙도 살아 숨 쉬고 있는 거야. 그런데 사람들이 빼앗고 있는 거야, 죽이고 있는 거야….”
삼촌이 말했다. 삼촌이 생명에 관하여 말했다.
지난해 남겨 두었던 씨앗을 뿌리면 싹이 돋는다. 잎을 피우고 줄기를 뽑아 내 드디어 꽃을 피운다. 그리고 꽃이 지면서 열매를 맺는다. 콩도 보리도 쌀도 마찬가지다. 호박도 감자도 일년감도 마찬가지다. 일년 내 땀 흘려 가꾼 결과로 사람들은 열매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잎은 그대로 되돌려 준다. 열매의 껍질도 되돌려 준다. 땅은 되돌려 받은 줄기와 이파리를 썩히며 숨을 쉰다. 숨을 쉬며 땅은 산다. 그리하여 흙은 다시 다음해 뿌려질 씨앗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숲을 보아라.”
삼촌이 다시 말했다. 숲에는 온갖 풀들이 자란다. 온갖 나무들이 자란다. 봄이면 새잎을 내고 새 줄기를 뻗는다. 여름 동안 우거지다가 가을이면 단풍이 든다. 겨울이 오면 잎이 진다. 떨어진 이파리들이 쌓여 썩는다. 쌓여 썩은 이파리들이 흙이 된다. 흙에서 나온 것들이 다시 흙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살아가는 흙은 나무뿌리를 감싸고 영양분을 공급한다. 비가 내리고 눈이 녹아 내려 땅속을 흐르고, 무성한 나뭇잎도 싱싱하게 빛난다. 거기 온갖 새들이 둥지를 틀고, 항상 촉촉하고 보드라운 흙 속엔 벌레들이 산다. 굼벵이가 껍질을 벗고 저렇게 나방이 되고, 매미는 온 여름내 노래를 부르지.
“저 다람쥐….”
경일이가 귀엣말로 소곤댔다. 경완이도 보았다. 그러나 잠자코 있었다. 삼촌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새와 나비뿐이랴, 바람도 살고 햇빛도 산다. 흙이 숨 쉬고 나무가 숨 쉬는 곳에 모든 것이 산다. 땅 밑을 흐르는 물은 샘물이 되고 강으로 간다.” “삼촌이 시인이야?”
경완이가 소곤거렸다.
삼촌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내놓았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들이….”
삼촌이 마실 것을 마셨다. 숨을 돌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무엇을 모르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빼앗 고 도둑질하고 죽이고 있는 거야….”
삼촌이 말했다.
“뭘? 뭘 죽이고 빼앗는 거야?”
경완이가 물었다.
“저걸 봐, 저 숲 속에 구덩이가 있지? 나무 이파리들이 떨어져 쌓이고, 그것이 썩어서
그것이 썩어서 흙이 된 것을 부엽토라고 하거든?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사람들이 그것을 파다가 자기 집안에 있는 꽃밭에 뿌렸을 거야. 숲을 이루는 흙을 도둑질해 간 거야. 나무들의 양식을 빼앗아간 자리야. 군데군데 조금씩 떼어 간 거야. 군데군데 조금씩 파갔기에 망정이지, 숲 속의 모든 흙을 긁어갔다고 생각해 봐.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울 수 있겠어? 비는 내리자마자 흘러버리고, 벌레들은 살 곳을 잃고 다람쥐도 새들도 볼 수 없게 돼.”
삼촌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