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연재동화 (2003.
2)
별난 별나라 (1)
“추운 게 뭐야?”
경완이가 일어서며 말했다.
“경일이두 이리 와 봐.”
아빠가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연으로는 방패연과 가오리연을 꼽을 수 있단다.”
아빠가 연에 대하여 이야기하셨다.
“…저기 감나무 가지에 걸린 것이 방패연인데, 이마에 반달을 붙이면 반달연, 둥근 꼭지를 오려 붙이면 꼭지연, 연의 아랫도리에 빛깔을 두르면 치마연이 된단다. 가오리연은 마름모꼴로 가오리를 닮게 만든 것인데, 만들기가 아주 쉽단다. 종이를 마름모로 자른 다음, 살 두 개를 열십자 모양으로 붙이고, 가로 살을 활처럼 휘게 하여, 세로 살의 교차점 위와 세로 살의 밑에 실을 연결하고 균형을 잡으면 되지.”
“꼬리도 붙여야지.”
경완이가 말했다.
“아빠보다 더 잘 아는걸?”
엄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텔레비전에서 봤으니까.”
경일이가 말했다.
“이제 연에 대한 강의는 끝내고, 쥐불 깡통을 만들자.”
삼촌이 말했다.
“그래, 삼촌!”
경일이와 경완이가 손뼉을 쳤다.
“이 녀석들 살 판 났네.”
아빠와 엄마가 웃으셨다. 삼촌이 달렸다. 경일이와 경완이도 달려갔다. 통조림 깡통에 못과 망치질로 구멍을 숭숭 냈다. 구멍 낸 깡통을 막대 끝에 철사로 매달았다. 거기 헌 고무신짝을 찢어 넣고, 관솔토막도 쪼개 넣었다. 두 개를 만들었다.
“이건 경일이 꺼, 이건 경완이 꺼. 이제 밥 먹고 개울둑으로 나가는 거야.”
삼촌이 쥐불 깡통을 마루 밑에 넣으며 말했다.
“매일 밤낮 저러구 쏘다니니 숙제는 언제 하누.”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달려나가는 경일이와 경완이를 두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형수님, 걱정 마세요. 우리 왕자님들은 우선 건강하게 자랄거예요. 몸두 마음두 건강한 게 제일이거든요?”
삼촌도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신바람이 나서 뛰쳐나왔다. 개울둑에는 벌써 아이들이 나와 있었다. 여기저기 잔디 불이 번져 나가고 있었다. 쥐불 깡통이 하나씩 둘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끔 불똥이 튀었다. 별같이 반짝였다. 서울서 본 폭죽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아름다왔다.
“너희들도 깡통에 불을 붙여 봐.”
삼촌이 말했다. 번져 나가던 잔디 불이 덤불에 옮겨 붙었다. 불꽃이 일어났다. 그 불에 깡통을 밀어 넣었다. 곧 불이 붙었다.
“함부로 돌리면 안돼. 고무 탄 불똥이 튀면 덴단 말여!”
한 아이가 다가와 가르쳐 주었다.
“고마워!”
경일이가 말했다.
“고마와가 뭐니?”
삼촌이 말했다.
“왜?”
“왜라니, 할아버지한테 반말을 하니까 그렇지.”
“저 애가 할아버지야?”
경완이가 어둠 속으로 달려간 아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그 애가 할아버지뻘이 된단다. 이 삼촌도 꼭 아저씨라구 부르는 걸? 하하하.”
“참 우습구나.”
경완이가 말했다.
“그래, 뱃속에 든 형님은 있을 수 없지만, 나이 어린 할아버지는 있을 수 있거든?”
“참 희한한 것두 알게 되네.”
경일이도 웃었다.
“깡통을 돌려, 형! 막대기까지 타잖아?”
경완이가 소리쳤다.
“어이쿠, 이런 !”
산등성이 위로 둥근 달이 웃으며 기어 올랐다.
“뭐 이래, 한번 돌려보지두 못했잖아?”
경일이가 말했다.
“하하하.”
삼촌과 경완이가 허리를 잡고 웃었다.
강 정 규 님은 동화작가로 크리스챤 신문사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시와 동화" 발행인이며 햇순 편집위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