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베 게시판에 단원고 교복을 입은 채 어묵을 들고 사진을 찍은 후 ‘친구를 먹었다’는 제목을 붙인 사진 한 장이 올라 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바다 속의 물고기 밥’이 됐고 이 물고기들로 만든 어묵을 먹었다는 뜻으로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들을 모욕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야만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더 가슴 아픈 것은 어느 때부터인가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일부 정치세력들은 이를 이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정치는 국민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이라는데 정치권이 이런 야만적인 행태를 은근히 이용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들에게 국민이란 누구일까를 묻게 됩니다.

얼마 전 필리핀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 고아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버림을 받고 있고 이들은 범죄의 희생자가 되거나 마약 중독자나 성매매와 같이 나쁜 일도 일어납니다. 왜 하느님께서 아무런 잘못없는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도록 두시는 걸까요? 왜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인 것일까요?” 교황은 소녀를 꼭 끌어 안아주고 운집해 있는 광장에 모인 700만 명이 가까운 청중들에게 말했습니다.

“소녀의 질문에 해답은 없습니다. 우리가 울어줄 수 있을 때에만 소녀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굶주리는 아이, 마약을 하는 길거리의 아이, 집 잃은 아이, 버려진 아이, 학대받는 아이를 보고 어떻게 울어야 할지 알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물질만을 베푸는 세속적인 동정은 무의미합니다. 예수처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눈물 흘리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정말 우리 주위에 나와 함께 울어줄 사람은 존재하는 것인가요? 또 당신은 누군가가 슬플 때 위로의 말이 아니라 울어 줄 수 있나요? 각박한 세상에서 이 세상의 아픔을 당한 모든 이들에게 그와 함께 울어 줄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경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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