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아는 예쁜 아이였습니다. 교회 앞집에서 살았던 경아는 결혼을 하지 않은 아빠가 어린나이에 연애를 하다 임신을 해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경아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는 아빠와 헤어지고 경아를 아빠에게 맡긴 채 경아를 떠났습니다. 아들과 동생의 앞날을 걱정했던지 경아의 조부모와 큰 아빠는 경아를 큰 아빠의 호적에 올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쁘기만 한 경아지만 집에서 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습니다. 교회 앞집에 살았기에 평화만들기가 설립되자 자연스럽게 평화만들기의 식구가 되었고 경아는 집보다 평화만들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날 경아는 이사를 가게 돼서 앞으로 평화만들기에 올 수 없다며 훌쩍거렸습니다. 경아를 잘 보내고 얼마 후 경아는 평화만들기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내 기억 속에서 경아가 가물대던 어느 날 우연치 않게 길을 가다가 경아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웠습니다. 경아는 예전에 내가 알던 경아가 아니었습니다. 학교를 다녔으면 중학교 2학년일 텐데 짙은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어 처음에는 나도 경아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아는 중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거친 친구들과 어울리며 소위 비행 청소녀가 되어있었습니다.

지금도 경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경아가 평화만들기와 함께 자랄 수만 있었다면 그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경아에게 죄를 지은 느낌입니다. 그럴수록 평화만들기와 같은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이 많이 늘어나야 하고 또 여기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 명의 경아를 방지하기 위해…. (박경량 목사 글)

서울시 구로구 궁동 178-14 ‘지역아동센터 평화만들기’ 02)2615-4146, kmpeace@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