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병현이가 평화만들기에 잘 나와요?” 병현이가 다니던 중학교의 담임선생님은 병현이에 대해서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했다. 어떻게든 학교에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병현이를 위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단다.

병현이 가족은 본래 부모와 누나, 네 식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실직 상태에 있는 병든 아버지와 단 둘이 다세대주택 지하방 한 칸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엄마와 누나의 가출, 가난 등으로 상처받은 병현이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처음 평화만들기에 왔을 때 병현이는 말 그대로 골칫덩어리였다. 병현이 때문에 잘 나오던 아이들이 그만두고, 병현이가 아이들을 협박하고, 종종 주먹질도 한다는 부모들의 하소연도 들렸다. 선생님의 지갑을 훔치기도 했다. 병현이에게 지친 평화만들기 선생님들은 더 이상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 병현이를 평화만들기에서 내보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화만들기를 떠나는 순간 우리 사회에서 병현이가 갈 곳은 없다. 때문에 평화만들기는 병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평화만들기에서 전담 교사를 붙이고, 일주일에 한 번 평화만들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병현이가 다니던 중학교의 선생님, 대학생 멘토까지 붙여 돌보며 상담하고 한편으로는 구청과 협의하여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과정을 거쳤다.

그 후 1년쯤이 지났다. 지금 병현이는 스스로의 요청으로 멘토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대학에도 가고 싶단다. 아직도 가끔은 사고를 쳐 선생님들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병현이는 더 이상 일 년 전의 그가 아니다. 지난 12월 3일 평화 만들기 후원의 밤에서 병현이는 한참 어린 동생들과 함께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후원의 밤이 끝난 후 병현이가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은 그날의 병현이를 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박경량 목사님, 오늘 보니까 병현이가 사람 됐네요. 학교는 포기했었는데 평화만들기가 병현이를 사람 만들었네요.” 보잘것없는 것 같은 이런 작은 기적이 평화만들기의 일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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