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정 태 미 님 / 다솜 주간학교 사회복지사 / 지난 16기 영성수련에서 쓴 자연 묵상 글임.

나와 다른 종교... 교회에서의 체험

초등학교 때 나는 서울 명일동에 살았었다. 그곳에 유명한 교회가 있었다. 나는 이 교회와 교인들로 인해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도 기독교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은 가지고 있다.

우리 성당과 M교회가 가까이 있는데, 묘하게 사이가 좋지 않았다. 교회의 교인들은 우리 성당은 사이비이고, 성모마리아를 떠받드는 우상숭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비난했다. 그런 이유로 어려서 뭘 잘 몰랐지만 무작정 교회가 싫었다.

처음 이 과제를 교수님이 주신 프린트로 받아보았을 때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얼마 전에 어떤 분이 팜플렛을 주셨다. 교회에서 나온 팜플렛이 었는데, 신문 기사가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신문기사를 쭉 읽어 내려갔는데, 한 목사님께서 자신의 신장을 기증함으로써 그 선행에 감동은 받은 14명이 릴레이 장기 기증을 펼쳤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하면서 팜플렛을 살펴보았더니, 우리 동네의 교회 목사님이 그 신문 기사의 주인공이셨다.

‘아...하느님께서 숙제도 하는 김에 선행하시는 분을 뵙고 오라는 뜻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선행을 베푸신 분의 말씀을 들어본다는 것은 꼭 과제를 이행해서가 아니라도 좋은 경험이고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들어가니 목사님, 교인 5명이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계셨다. 사모님께서 반주를 하시면서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마치 아는 사람처럼 반갑게 눈인사를 하셨다.

규모가 정말 작았다. 성당은 한 동네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규모가 큰 편이다. 물론 일부러 웅장하게 짓지는 않지만, 신자가 만 명 이상이므로 미사 때는 그 많은 자리도 꽉 차서 못 앉을 정도이다. 찬송가가 끝난 후에는, 목사님께서 며칠 전 기도원에 가셔서 느끼신 점에 대해 얘기하시고, 오늘 있었던 수능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하셨다. 그런 후에 다시 찬송가를 부르고, 또 기도하시고, 찬송가를 함께 부르고...

정말 놀란 건 성당처럼 신부님께서 기도하시는 내용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도 소리내 자신의 기도를 크게 한다는 것이다. 성당은 좀 익숙한 편이다. 자신의 기도도 소리내서 하기보다는 마음속으로 묵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신부님이 미사 중에 하시는 기도는 강론 이외에 매주 똑같은 내용이다. 고정된 틀이 있어서 성당마다 틀리지 않다.

하지만, 교회는 좀 틀린 것 같다. 교회는 우선 몇 개의 종파로 나뉘어 있다고 들었다. 장로회, 순복음, 감리교 등등…. 그래서 교회는 다툼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같은 종교라도 나뉘어 있다면, 의견일치가 안 되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성당과 확연히 차이나는 부분은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것이 두 번도 채 안 되었다. 성당에서는 앉았다 일어섰다가, 무릎 꿇었다가...피곤할 때는 이것 때문에 성당 가기 싫어했던 기억도 있다. 우스개 소리로 친구들도 이점 때문에 교회로 옮겨갔다고 한다. 이것은 그 종교들만의 방법이기 때문에 어디가 더 정중하게 주님을 모시는 것이고... 그런 걸 따질 수는 없다고 본다.

성경 한 장을 다함께 봉독한 후에 목사님께서 약 30분 가량 성경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봉독한 내용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모태 신앙인 나도 성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교회에 와서야 배웠다는 것에 의외였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기초도 모르면서 초등부 교사 자격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목사님께서는 성경이 그 시대의 역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역사책도 아니고, 상상력을 발휘해 쓴 소설도 아니라고 하셨다. 이어서 성경은 그 시대에 존재했던 모든 죄악들의 행태를 보여주고,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는 잘못된 행동들을 고쳐 나가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시니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성당에서 교리 교육을 받다보면, 너무 거창한 설명 때문에 교리를 골치 아프게 생각하게 되고 성서를 오히려 멀리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창피한 일이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 나도 속해있다. 이제부터라도 맘을 고쳐먹고 성서를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배를 드리는 도중에도 교인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가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장면은 내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늦게 들어와서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이었다. 목사님께서 설교하시는데, 이해가 안 되었다. 성당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 것말고는 교인들의 참여도 적극적이고 기도도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참 교인들 같았다. 신문기사를 통해서 본 목사님의 이미지 때문인지, 작지만 화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내가 만일 불교 신자였다면, 결코 오늘의 느낌 그대로를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 성당, 또는 가톨릭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기독교를 한데 묶어 배척하려 했던 것이 종교인으로써 부끄럽다. 성당이 교회에서 배워야할 점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가톨릭은 기독교에 비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팜플렛을 나눠주며 자기네 홍보하는 것이 못마땅해 보였고 꼭 저런 식으로 광고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성당에서도 한번 해 볼만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종교가 없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교회는 개방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냥 한번 가봐도 괜찮을 듯 싶은데, 성당은 왠지 엄숙하고 굉장히 순결해야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다가서기 좀 어렵다고 했다.

우리가 종교를 가지는 이유는 뭔가? 마음의 안식을 얻고,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들을 이겨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결국은 자기가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대인들은 쉬운 것, 편한 것이 아니면 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큰데, 일부러 엄숙하고 근엄해 보일 필요가 있겠는가? 적절히 이미지를 부드럽게 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모태 신앙인도 이해하지 못할 엄청난 양의 어려운 내용의 교리보다는 좀 더 쉽고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내용의 교리를 전파한다면, 무교인들이 하나 둘씩 종교를 가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 지 형 / 한남대 사회과학부 02학번, 유연희 교수의 레포트 중 ‘나와 다른 종교에서의 체험’ 보내옴.

말씀과 삶의 뜨락 (2003. 6)

한 사람이

나와 다른 종교... 교회에서의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