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2000. 11)
때로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박노숙
가을이다.
가을을 상징하는 감나무에서 점점 더 붉게 물들어 가는 감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도 편해 짐을 느낀다.
하나님이 주신 자연은 계절이 바뀌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는 즐거움보다는 분노와 억압을 가져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친구들이 중년여성으로 위기를 겪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들의 삶은 <중년의 위기>라는 말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부부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위 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안스럽기까지 하다.
며칠 전 친구는 자신의 남편과의 갈등을 이야기 했다. 내용인 즉,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 고 있고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남편이 어느 날 단란주점을 다녀왔단다. 남 편은 단란주점에 간 사건(?)에 대해서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고 친구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남편과 단란주점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로 "다른 사람보다 별 로 안 가는데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느냐" 며 대화를 하려 들지 않는 남편 태도 때문에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났다고 한다. 친구는 굳이 단란주점에 대한 이야기만 하자는 의도는 아니고 자녀의 양육에 따르는 고민과 집안 문제 등 남편의 따스한 눈빛과 온화한 목소리를 통해 정서적 지지를 얻고자 하는 바램이었는데 생각처럼 대화도 잘 되지 않을뿐더러 마땅한 단어도 잘 떠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친구의 고민처럼 부부사이에 갈등은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갈등을 해소하거나 넘기지 못 하는데는 대화부족과 대화가 서로 잘 안되는 데 있는 것 같다. 우리들 모두가 나이 사십을 전후하여 "가족"이라는 기초공동체를 이루고는 있지만 가족간의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해 아 내와 남편이 제 각각 다른 생각을 하며 한 울타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내는 작고 아주 사 소한 일이라도 남편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하는 반면, 남편은 집안 일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 누고 싶어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모든 일은 아내가 알아서 하기를 바라고 심지어 자신과는 상관도 없는 일 인양 취급하는데 갈등이 생기게 된다.
위기를 맞고 있는 중년 여성들의 갈등은 가정을 운영하는데 경제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 만 자녀를 양육하고 시댁 어른의 가치관에 맞추어 정서와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기를 강요하 는 우리의 가족 문화 또한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肝(간) 큰 남자는 아내를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남편이라는 말도 있지만, 기혼여 성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는 이 때, 가정의 화목을 아내의 양어깨에 짊어지게 하고 팔짱만 끼고 있는 남편들이 더 간 큰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성 = 바깥일, 여성 = 집안일 하는 식으로 일을 구분 지어 살았던 농경시대는 지나고 현대는 산업화 시대를 넘어 세계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남성만이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 또한 정보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정보화시대에 살 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남성들은 가정은 그 옛날의 농경시대에 살았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기혼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90% 이상이 가사노동을 전담한 다고 밝혔다. 이렇듯 우리사회는 아직도 가사노동은 여성에게만 짐을 지우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생활과 가사노동, 모두를 잘 해 내는 수퍼우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 상했을 때 남편과 정서적 지지를 통해 위기에서 벗 어나고 싶어하는 욕구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은 나의 것, 나는 임의 것.
임은 나리꽃 밭에서 양을 치네.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나의 임이여,
노루처럼 빨리 돌아와 주세요.
베데르 산의 날랜 사슴처럼 빨리 오세요.』
* 박노숙 (기독여민회 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