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음의 사람은 "아귀진 혀"를 지닌다는 말이 있습니다. 곧은 혀로 바른 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두 마음 가운데 하나는 도움을 주는 척 하고 협상을 제안하고 평화를 말합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속에 속임수를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양심(良心)을 말하면서 "양심"(兩心) 곧 두 마음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 50년에 걸쳐서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자가 이끄는 자유당 시절을 살았고, 민주주의를 혼란과 혼미로 바꾸듯 한 민주당 시절을 살았습니다. 민생을 도탄에서 건지겠다던 군사 구데타에 이어 탄생한 공화당은 공화정을 질식시켰고 마침내 군사독재의 절정인 유신체제로 치달았습니다. 5.18 광주 학살을 댓가로 출발한 이른바 "신군부"에 의한 정부는 민주와 정의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독재와 불의를 현실로 드러냈습니다. 이른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도 조금 나아진 듯 하였으나 군사문화의 어둔 면을 씻어내지 못한 채 사복을 입은 군인들의 힘이 여전히 독재의 기운을 지속시켰던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제 국민의 정부가 얼마나 뼈를 깎는 아픔을 참으며 뜨거운 열정으로 이제까지 드러난 두 마음의 지도자들의 잘못을 씻어내고, 진정한 공양심(公良心)의 지도자로서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있는 힘을 다 기울일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만 남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명백하게 지적할 것이 있습니다. 선거를 치루면서 국민의 마음을 사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지도자들이, 선거에 이기고 나서 정치와 행정을 맡게 된 다음에는 어째서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에 투철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이냐, 두마음이냐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두 마음의 지도자들은 정가에만 있지 않습니다. 사회에도 교회에도, 어디든지 있습니다. 더욱이 진리를 선포하고 증언하는 성직자들이 두 마음의 지도자로서 모습을 드러낼 때 그 부끄러움과 아픔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제 그 어느 때 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모두가 마음과 뜻을 합해야 할 역사적 시점에, 두 마음을 품는 것은 과거의 부끄러운 이야기로 흘려보내고 새 마음으로 진실을 회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일 만이 우리 앞에 남았습니다.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나라에 부끄러움을 안긴 지도자들이나, 충격적인 보도를 계기로 하여
교회에 부끄러움을 안겨준 종교지도자들이나, 국민에게 턱없이 많은 짐을 지우면서도 제정신
못차리고 재벌의 허영을 버리지 못하는 경제지도자들이나, 위기의식을 쉽사리 잊어버리며
또다른 부끄러움을 잉태하는 국민들 모두가 두 마음을 버리고 참된 양심을 회복하면 참
좋겠습니다. |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를 보면 두 마음의 지도자가 얼마나 많은가를 알 수
있습니다. 공공(公共)의 복지를 살리려는 공양심(公良心)도 아니고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선양심(善良心)도 아닌, 두 마음의 "양심"(兩心) 뿐인
부끄러운 모습을 흔히 봅니다. 강대국이 약소국가를 상대할 때나, 강자가
약자를 대할 때 두 마음의 지도자들이 곧잘 드러내는 모습은 동서고금이
다를 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