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뜻을 생각하며 가장 절실하게 기억되는 분이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입니다. 평생에 "무실역행"을 가르치신 선생의 마음속에는 대공주의(大公主義)가 깊이 서려 있었음을 생각합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역사 속에서 몸소 이어받은 모습이 역력합니다.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삶을 사신 그분은 어찌하든지 우리 겨레가 바른 정신으로 실행하며 공동선을 위하여 살기를 바라셨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요즘 같은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 그분의 얼을 기립니다. 예수의 가르침에서도 도산의 실행에서도 우리는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삶" 곧 진리에 알맞는 삶을 배웁니다. 힘있는 사람의 오만도 힘없는 사람의 비굴도 정도(正道)에서 어긋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는 너무 모자라서 문제더니 누구는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고들 합니다. 머리가 너무 나빠도 문제요, 머리가 너무 좋아도 또한 문제인 것을 누가 탓하고 욕할 수 있겠습니까? 개개인 뿐 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화상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어떤 사람에게서도 엿보이고 대중 앞에 얼굴을 자주 나타내는 지도자들도 드러내는 문제입니다. 이른바 공멸(共滅)의 위기를 느끼면 노사정을 비롯한 모두가 자제하고 상호이해와 협력의 틀을 다듬는 듯 하다가도, 얼마 안 가서 또다시 힘겨루기에 익숙한 버릇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 문제에 다름이 아닙니다. 집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회도 정당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소수 콤플렉스(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복음을 담대하게 증언하지 못하다가, 다수 콤플렉스(우월감)에 빠지니까 복음을 왜곡하면서 스스로의 부끄럼을 강변하다 못해 오히려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유혹에 무릎을 꿇는 모습입니다. 정당들 또한 소수당일 때는 정당한 논리를 펴기보다는 극렬한 반대를 일삼는 듯 하더니 다수당이 되어서는 옛날의 여당이 모든 것을 힘의 논리로 해결하려 했던 모습을 닮기나 하듯 합니다. 노사정도 예외가 아닙니다. 위기에는 강하면서도 기회에는 약한 고질적 문제를 재확인하는 아픔을 이제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죽어도 못 고칠 문제라면, 죽었다 깨어나야 고칠 모양입니다.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바꿀 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할 까닭은 없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나서도 못 고칠 것을 고치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능력입니다. 또다른 위기설이 우리를 제 정신 차리게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도, 부활의 능력이
우리의 의식과 행동을 바꾸는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역사 앞에서 겸손하게 정의를 실행하며 나라와 겨레를 목숨 걸고 사랑하는 결의가
대통령부터 시작하여 온 국민에게 새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 입니다. |
강림절에서 시작한 교회력의 한 해가 반을 돌아 성삼위일체주일에서 새롭게
시작합니다. 성령강림절을 기하여 믿음을 실행으로 옮기며 부활의 능력을
삶과 역사 한가운데서 증언하는 계절에 접어드는 것입니다. 평생을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위하여 사신 예수가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셔서 샬롬
공동체를 이루어 주신 뜻을 받들어 실행하는 것만이 참으로 살길임을 증거
하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