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라던 표현이 무색해질 만큼, 그 때 5월의 폭력은 하늘을 검게, 땅을 붉게 물들였습니다. 그 폭력은 같은 5월에 뿌리를 내린 군사독재가 내뿜은 독액에 불과하였습니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수의 의견이라도 총칼로 빼앗은 정권에 반대하기만 하면 이른바 "싹쓸이" 하는 독소의 뿌리에서 비롯된 죽임의 논리, 죽음의 문화가 판을 쳤습니다. 이제 부활의 계절에 되찾습니다. 용서와 평화의 힘을! 5.16 군사독재의 뿌리와 5.18의 폭력과 살육의 죄악을 말끔히 씻어내야 합니다. 광주의 아픔과 상처를 싸매야 합니다. 부활이 주는 용서의 능력과 평화의 기운으로 씻김과 살림의 바탕을 가꾸어야 합니다. 해원상생(解怨相生)을 기원하고 몸으로 사는 변화의 능력을 제대로 살려야 합니다. 상처입은 피해자요 희생자이신 예수가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사신 뜻은 처음부터 살리려고 애쓰신 용서와 평화를 다시 살기 위한 것입니다. 예수가 용서와 평화를 기원한 것은 곧 샬롬의 기원이요, 해원상생(解怨相生)의 기원입니다. 용서는 오로지 피해자와 희생자의 특권일 따름입니다. 용서는 피해자의 몫입니다. 가해자는 용서할 자격도 특권도 없습니다. 다만 피해자와 희생자 쪽에서 가해자로 하여금 용서받는 경험을 하도록 도울 때 참된 용서와 평화가 다시 살아날 뿐입니다. 용서 그 자체가 목적인 한, 잘 안될 것은 너무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해원상생(解願相生)이 목적이고, 용서와 평화가 마침내 이루어낼 공동체적 삶과 화해와 일치가 목적인 만큼, 용서는 가능한 법입니다. 그것은 지상명령(Divine Imperative)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수행할 능력이 바로 부활의 능력이요, 이 힘이야말로 다시 사는 용서와 평화를 가능태(可能態)에서 현실태(現實態)로 끌어 올려 줍니다. 우리는 부활의 기운이 가득한 이 5월을 진정한 의미에서 계절의 여왕이 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이 죽음을 이기고, 사랑이 미움을 이기고, 사랑이 원수를 용서하는 능력이듯이,
사랑은 정의를 세우는 힘이요, 평화를 만드는 힘입니다. 마침 새로 세운 대통령의 취임 백일을
눈 앞에 둔 마지막 한달을 지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기간에 개혁의 틀이 잡혀야 한다고 합니다.
진정한 개혁이 다시 사는 용서와 평화의 바탕 위에서 틀이 잡혀야 할 것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역사적 과업에다, 당면한 경제적 위기에다, 21세기를 당차게 맞이하며 세계 앞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과 뜻을 합쳐도 아쉬운 판에 다시 사는 용서와 평화는 우리의 잠재력을
온 세계가 놀랄 만큼 상승시킬 것입니다. 3.1절 대사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양심수 석방도
진정으로 씻김과 살림을 위한 큰 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부활의 기운이 가득찬 5월을 맞이하면서, 5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어 정부가
희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계절의 여왕은 느껴볼 겨를 없이 역사적
과제를 힘겨웁도록 안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열 여덟 해 전, 그 좋은 시절을
갈망하며, "서울의 봄"을 기다리던 우리의 노력은 꺾이고, 꿈은 사라졌던
날을 되짚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