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 2021

 

 

 

 

 

 

 

 

 

 

 

 

  편지로 띄우는 말씀

 

이별연가

 

 

 

 

 

 

 

 

 

 





이 은 재


목사
무지개공동체교회 담임
kszukero@hanmail.net






 


아프간 카불공항에서 벌어지는 참사 중 제게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엄마가 철조망 너머로 울며 아이를 넘겨주는 장면을 볼 때였습니다. 참수당하고, 폭탄테러에 죽고, 수많은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장면은, 코로나19로 인해 온 인류가 경험했던 처절한 순간들과 겹쳐지며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저는 사랑하는 막내 동생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적 외에는 다른 선택이 남아있지 않는 상황에서, 가족들을 만날 수도 없이 홀로 고통과 싸우고 있는 너무 말라버린 막내를 유리 너머로 바라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대신 할 수만 있다면...’ 생각하며 간절히 기도하게 되는 것은, 죽음의 두려움만이라도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을 소망하며 두려움 없이 고통의 터널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간간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꾸짖음, “표현하며 살아…!” 하는 아쉬움과 원망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조금 더 표현할 걸,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할 걸, 조금 더 자주 얼굴을 볼 걸, 조금 더, 조금 더, 후회가 밀려옵니다. 언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순간을 마주하며 죽음보다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입니다. 며칠이나 남았을까?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무엇을 해야 하지? 끝없는 질문만 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삶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끝을 모르는 자본제국주의적 탐욕과 양극화로 파괴된 인류공존의 생태계가 자연에도 그대로 이식되었고,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만행에 대한 대가를 치루기 시작했습니다. 기후온난화는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섰는지도 모릅니다. 지구는 필요한 자연스러운 변화를 시작했을 뿐이지만, 인류는 파멸의 순간, 그날이 도래하는 것으로 느낍니다.

다가올 재앙에 대비하고 위기를 넘기고 죽음을 피하려는 모든 대책들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본질을 외면하는 한,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살아있는 날들을, 아니 훨씬 구체적으로는 오늘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입니다. 죽음은 죽음을 피함으로써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충만하게 삶으로써 극복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오늘을 처음 삽니다. 그러나 우리의 에고는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 똑같이 반복된다는 환상을 갖게 합니다.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려는 심리적 기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살아보는 오늘을 이미 살아본 것처럼, 습관적으로 형식적으로 보냅니다. 먼 외국에 여행가서 느껴보는 두려움과 설레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오늘 새롭게 만나는 가족들이나 친구, 동료들을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변함없는 그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은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재미없고 지루한 소모적인 시간들이 됩니다.

오늘을 충만하게 산다는 것은, 언젠가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오늘도, 새로운 경험으로 새로운 시작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육체로부터 자유를 얻는 날, 그날은 마치 군인으로서 모든 훈련을 마치고 군복을 벗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죽음은, 그 과정의 모든 고통을 전제할지라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피고 지는 들꽃처럼 오늘 하루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대면이 될지도 모르는 동생과의 만남에서 말했습니다. “주님의 사랑만 믿고 기쁘게 먼저 가거라. 오빠도 금방 갈게!”

 

 

 

 

 

 

 

 

 




08349 서울 구로구 개봉로 11길 66. 2층   Tel 010)9585-3766, 010)7591-4233
  cbs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