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사회 심리적 병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고한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하고 절망하고 원망합니다. 무지한 극단주의자들과 우리 사회에서 기형적으로 특화된 소위 엘리트들을 보며 분노하고 비난하며, 그들 때문에 입은 피해에 책임을 묻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감정으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정국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시민들은 점차 이런 감정에 지치고 예민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감정과 생각이 문제를 일으키는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분노하고 그들을 바라보며 좌절하는 것이지요. 동시에 그렇게 우리 사회는 점차 고통, 좌절, 미움, 증오, 혐오, 두려움과 같은 어둠의 힘이 강화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도 똑같은 증오의 사람들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그분의 부르심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삶이, 정의와 민주화를 위한 헌신이, 매일 매일 사랑을 실천하며 성실하게 사는 것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이 왜 이렇게 기쁨이 없는 것일까요? 왜 이렇게 원망과 좌절, 고통과 분노에 빠져들까요? 교회는 왜 비난이 대상이 되었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주님의 얼굴에서부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유와 명분을 갖다 붙이더라도 하나님보다 더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상이며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것입니다. 돈과 권력뿐만 아니라 사랑도, 정의도, 민주주의도, 자유와 평화, 통일, 진리,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을 대신해선 안 됩니다. 그것들은 분명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지만, 그것이 하나님은 아닙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바다에서 바로의 군대의 추격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하나님은 그 둘 사이에 구름기둥을 세워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셨다고 성서는 말합니다. 서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하나님의 천사를 세우셨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고 있는 것은 바로의 군대가 아니라 구름기둥과 하나님의 천사입니다. 두려움으로 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경이로움으로 주님을 보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우리에게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너의 눈을 하나님께 돌려라! 이것이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해야 할입니다. 저 무지하고 극단적이고 탐욕적인 어둠의 세력들에게 분노를 퍼붓기 전에, 그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동체를 위한 사랑의 거리두기였다면, 저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어둠의 힘으로부터 우리 내면의 빛과 정의의 힘을 지키기 위해, 마음의 거리를 두어야합니다. 그 거리에서 하나님을 뵈어야 합니다.

까레또 까를로 신부는 <사막에서 온 편지>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화를 소개합니다. 사하라 사막으로 일 년간의 피정을 떠난 그가 오지를 여행하던 어느 날 어떤 작은 마을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눈에 익은 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섬기던 자기교구의 청년이었습니다. 약관 20대에 박사학위를 받고 장래가 유망하던 그가 어느 날 부르심을 받고 수사가 되었습니다. 신부가 묻습니다. 당신의 배움과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와 인류를 위해 공헌할 일이 많은데 왜 하필 수도사가 되려고 하느냐? 그 청년이 대답합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십니다! 그 단순한 대답 앞에서 신부는 더 이상 질문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청년은 가장 엄격한 수도원에 들어갔고 일정한 훈련을 받은 후 그 수도원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의 가장 작고 가난한 곳을 찾아 그 마을까지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신부는 그 청년의 얼굴에서 ‘빛나는 기쁨’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관구사제로 일하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보람 있는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에게 기쁨은 없고 지쳤으며 그 청년의 얼굴에 빛나는 그 빛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막에서 홀로 주님을 만나는 피정이 그 어떤 사역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촛불혁명은 미움보다는 축제였습니다. 그것이 기적이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사건이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개혁은 그렇게 가야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을 갉아먹고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어둠의 주인을 섬겨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난무하는 일상의 거짓 뉴스들에서 거리들 두고, 그 공간에 불기둥 구름기둥으로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을 뵈며, 주께서 주시는 한없는 사랑과 은혜로 우리 마음을 다시 무장해야 합니다. 거짓 기사들을 보는 시간보다 하나님의 사랑을 얻는 기도하는 시간이 더 많기를 부탁드립니다. 심판은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니, 법과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도록 촉구하되, 측은지심과 일상의 기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이 힘들고 어렵지만, 온 인류가 함께 겪는 고통이니, 또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은 훨씬 낫다고 하니,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잘 이겨내도록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