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은퇴 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전원에서 행복하게 모여 살자고... 현실이 되기 어렵지만 누구나가 막연히 한번쯤 꿈꾸었을 일입니다. 제가 일하는 무지개공동체교회는 십여 년 전부터 이런 꿈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마음 문을 두드리고, 땅을 찾고,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오랜 시간과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이제 <무지개 마을 집짓기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구체적으로 새 마을 건설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이 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구르지에프는 제4의 길의 영성수련을 말하면서 삶은 꿈일 뿐이라는 것과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영성의 길을 향한 출발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잠들어 있는 것을 깨닫고 관찰하고 본래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깨어남’이 수련의 핵심인데, 그렇다면 우리의 꿈은 깨어남과 정반대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를 더 깊은 잠에 들게 하는 꿈 말입니다. 만일 우리들의 꿈이 그런 것이라면 잘못된 꿈이겠지요. 그런데 그 반대의 것도 있을까요? 우리를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꿈, 말입니다.

말을 해놓고 보니 있을 듯합니다. 실제로 잠자다 꿈을 꾸면서, 이건 꿈이라고 빨리 깨야 된다며 애를 썼던 경험들이 누구든 있지 않습니까?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꿈이 있다면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꿈은 실현시키고 싶은 이상이나 희망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대부분 실현되기 어려운 허무한 기대나 생각일 뿐이라고 여깁니다. 막연함 속에 잠들어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꿈을 향해 발을 떼고 구체적으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달라지겠지요. 움직인다는 것은 깨어났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꿈을 향해 움직이는 것, 꿈이 지시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 이것이 꿈으로부터 깨어나는 방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지개공동체가 마을 만들기 첫 삽을 뜨는 것은 꿈을 현실로, 꿈에서 깨어나는,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실체, 새 하늘 새 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곱이 빈들에서 꿈을 꾸고 확신했던 하늘 문 꿈은, 잠든 눈으로 보면 허황되게 보입니다. 위험하고 불투명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광야 한 복판이 하늘 문이라니 이처럼 허황된 게 어디 있겠습니까, 라고 잠든 사람은 말합니다. 그러나 깨어난 사람은 그 광야 한 복판이 하늘 문임을 알고는 탄성을 발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현실적이라고 하는 것, 땅에 발을 두고 초월을 몽상쯤으로 생각하는 이성적(?)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은, 실상은 실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욕망이나 두려움에 깊이 잠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이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꿈을 향해 나아가지 못합니다. 움직이지 못합니다. 자기가 말하는 현실 안에 갇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르지에프는 아주 재미있는 자신의 소시 적 경험을 말해줍니다. 아르메니아 알렉산드로폴에서 야지디교도 Yaz?d?s의 아이를 동네 아이들이 괴롭히고 있는 장면을 목도합니다. 그 아이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위에 원을 그려놓으면 그 아이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울고만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원의 한 부분을 지워주자 재빨리 그리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후 친구와 함께 여러 차례 야지디 교도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는데, 그들은 원 안에서는 강력한 힘에 의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들을 억지로 끌어내면 몸이 굳어버려 12시간이 지나야 겨우 풀리는 것을 봅니다. 원이라는 세계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도 또 다른 원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현실적 믿음의 원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믿음이 참으로 적은 사람들이 아닌가요.

6월, 남북관계에서도 우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꿈속에만 있지 않고, 꿈이 지시하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깨어났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눈앞의 현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보여도 움직이고 나아가면 꿈은 현실이 됩니다. 행사는 그런 움직임의 상징입니다. 이런 발걸음이 한 방울의 물이 되고,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도도한 흐름이 되어 휴전선 철조망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그 꿈을 향해 움직여 나아가고 있습니까? 물론 꿀 꿈도 없다는 슬픈 이야기도 합니다만, 조금만 자신을 살펴보면 누구든 소중한 꿈을 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움직여 나아가는 것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작더라도 움직여 나아가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그렇게 꿈의 잠에서 깨어나 꿈을 의식화하고 현실화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비전 vision이라고 말합니다. 무지개 공동체 마을은, 참여자들에게는 이미 삶의 중요한 실체가 되었습니다. 조만간 그것을 영성의 길을 함께 가는 여러 벗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