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일산IC에서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구리 방향으로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속도로에 올라선지 얼마 되지 않아 북한산을 전면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맑은 아침 웅장한 자태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북한산은 점점 내게 다가오며 끝내 감탄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자연 앞에서 이렇게 감탄하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할 만큼, 그날은 북한산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를 굽어보고 있는 그 산이 얼마나 든든한지 몰랐습니다. 입에서 시편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주님은 나의 반석, 나의 요새, 나를 건지시는 분, 나의 하나님은 내가 피할 바위, 나의 방패, 나의 구원의 뿔, 나의 산성이십니다.”(시18:2).

그러다 문득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저 산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겠지. 지금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중이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도의 차이일 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의 나나 저 산이나 똑같이 변하고 있고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겠지요. “주님 앞에서는 천년도 지나간 어제와 같고, 밤의 한 순간과도 같습니다.”(시90:4). 그러면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고 쉽게 맹세하는 사랑의 언약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삶으로 이 세상에 온 이상,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죽음을 향한 변화입니다. 죽음은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죽음으로의 변화는 영원으로의 회귀요 생명의 본능(프로이트의 Thanatos)입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우리는 변화를 피하려고 합니다. 보다 안정되고 움직이지 않고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에너지 보존법칙도 모든 존재하는 물질은 안정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하기에 산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안정을 깨고 불안한 상태를 향해야 하니까요. 삶 자체가 용기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선택한 우리는, 이제 변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해 변화를 인정할 수 있어야합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가 아닙니다. 북한산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한, 그리고 변하는 나입니다. 우리가 인식을 하든 못하든 전혀 새로운 나입니다. 문제는 우리 에고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실제는 새로운 나인데 에고는 어제와 똑같은 나라고 인지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첫째는 에고가 잠에 빠져있기 때문이요, 둘째는 에고가 수없이 많이 분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잠에 빠진 에고는 꿈을 꾸듯 현실을 인지합니다. 그리고 어제의 내가 오늘도 계속된다고 믿습니다.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인지합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매일의 일상이 결코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날마다 새롭게 주어지는 매일의 새날을 누리지 못합니다.

수없이 분열된 에고는 본래 내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게 만듭니다. 수천으로 분열된 에고는 끝없는 망상을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깨어나는 것을 방해합니다. 매일 꿈을 꾸듯 각각의 에고들이 제공하는 환상을 봄으로써 우리는 마치 그것이 현실인양 인지합니다. 수많은 에고들의 하나가 어떤 순간 너에 대한 어떤 인상을 각인하면 마치 그 인상이 그 사람인양 느낍니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 대한 어떤 에고들의 어떤 순간의 인상이 마치 나인 것처럼 느낍니다. 그래서 본래 내가 누구인지를 기억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내가 보는 너’와 ‘너’가 다르듯이, ‘내가 보는 나’와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이런 에고들의 관성에서 빠져나와야만 나와 너를 바르게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은 “날마다 죽습니다.”(고전15:31)고 했습니다. 그것은 날마다 다시 태어난다는 말과 같습니다. 죽음에의 변화를 깊이 인지할 때 삶은 더 의미 있고 충만해집니다. 오늘 나는 새로운 나입니다. 이전의 나는 지나갔습니다.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실제 Reality가 아닙니다. 오늘 만이 실제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전혀 새로운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새날,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삶을 살아야합니다. 변화는 창조가 주는 축복이며 계속되는 창조의 과정입니다. 오늘 변화된, 변화를 향한 새로운 삶을 창조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