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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띄우는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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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일은 스스로 죽기로 작정한 행위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황제를 ‘주님’으로 섬기는 노예의 삶을 거부하고, 미천한 평민 예수를 주님으로 섬기겠다는 혁명적인 결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한 수많은 이들이 모진 고문 가운데서 순교 당했습니다. 아직 순교를 면한 이들은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억압과 갈취 대신 섬김과 나눔의 정신으로 살고자 했습니다. 일체의 지배관계를 부정하고 강자가 아닌 약자의 종이 되어 사는 걸 모범으로 여겼습니다. 엄격한 성윤리를 준수하며 정절을 고결한 삶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니 아직은 그리스도 고백을 발설하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다음으로 마가는 베드로의 그리스도 고백이 귀신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긴 게 분명합니다(막 3:11-12; 5:6-7). 실제로 베드로는 그리스도 고백 후 예수께서 피할 수 없는 고난을 말씀하시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실망을 안겼습니다. 귀신들이 예수에게 ‘우리를 괴롭히지 말라’고한 것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인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베드로를 질책합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한다]”고. 믿는 이들이 예수에게서 하나님의 권세를 인지하듯이, 귀신들도 예수에게서 하나님의 권세를 인지합니다. 때문에 그분이 누구인지 아는 게 중요하지 않고, 그분에게 온전히 순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사탄을 향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영원히 지옥 불에 떨어져라!’라고 말하지 않고 “내 뒤로 물러가라”고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예수께서는 사탄을 ‘실체’로 보지 않고 그의 ‘태도’ 혹은 ‘행위’로 보신 게 분명합니다. 만일 사탄을 영구히 청소해야 할 실체로 본다면 이 지구상에 살아남을 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수시로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사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이들을 배척하지 않고 품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아니,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불쌍히 여기시고 품어주신다고 해야 맞습니다. 우리 주변엔 자기가 사탄인줄도 모르고 사탄 사냥을 소명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단 사냥꾼들도 그러하고, 이념 청소하겠다며 시도 때도 없이 이념 공세를 펴는 이들도 그러합니다. 한때 사탄으로 지목받았던 베드로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예수를 위해 일생을 헌신했습니다. 만일 예수께서 베드로를 “내 뒤로 물러가라”고 하지 않고, 사탄이라며 멸절시켰다면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단수인 ‘너’가 아닌, 복수인 ‘너희’로 물으신 형식 역시 눈여겨볼 일입니다. 그리스도 고백은 개개인의 몫이지만 공동체 안에서 성취되어야 할 고백이기도 합니다. 요즘 ‘미투’처럼 자신을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불의한 세상에 도전하는 고백인 것입니다. 그리스도 고백이 목숨과 관련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어려서는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어디에서나 “예수 믿고 복 받으세요” 하거나 “예수 믿고 행복하세요!” 라는 말을 주로 듣습니다. 그러나 “목숨 걸고 예수 믿으세요!” 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예수 믿는 게 팬클럽의 여흥거리밖에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인지, 그도 아니면 무리 가운데서 보호받으려는 철새와 다른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를 향해 지금도 예수께서는 “내 뒤로 물러가라!”고 말씀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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