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던 대로 무한 경쟁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했던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결과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1% 대 99%입니다. 국내외 수많은 통계들이 경제활동 이익의 대부분을 1%의 자본가가 가져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벨상 수상자인 세계적인 경제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Joseph 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1%의 독식과 99%의 차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양극화와 불평등이 내년 대선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의 2009 - 2012년 경제활동 혜택의 91%가 상위 1%에게 돌아갔다고 지적했는데, 미국을 따라가는 한국도 이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지금은 이런 수치상의 경제활동 지표들이 1997년 IMF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시민들은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NCCK는 지난 7월,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정권 3년 동안 30년 전 독재정권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 상실, 국가기관의 정권유지 수단화, 국가경제의 파탄, 정권유지의 수단이 된 교육현실, 남북관계의 파탄을 지적하였습니다. 원래 박근혜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지역인 칠곡, 성주 및 김천 시민들이 사드배치 때문에 등을 돌리고, 박대통령으로는 정권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이명박 전대통령과 조선일보 등 보수세력도 박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이전투구 泥田鬪狗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총체적인 갈등과 난국의 원인은 불통의 상징인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많은 시민들은 왜 대통령이 이렇게 소통하지 않으려는지 그 이유를 모릅니다. 가부장적 문화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서구식 민주주의의 대통령 상 像과는 약간 다른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녀가 부모에게 바라는 그런 기대입니다. 따뜻하고,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부모와 같은 존재, 더군다나 여성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바로 소통하는 대통령 말입니다. 그러나 세월호에서부터 사드에 이르기까지 박대통령이 보여준 행태는 정상적 시민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불통과 소통은 내면의 상처로부터 기인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대통령과 같은 커다란 책무와 중압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있으면, 그 상처는 더 깊이 숨고 더 크게 작동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박대통령의 불통은 해결되지 않은 그녀 내면의 상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든 시민들을 위해서든, 그것이 안쓰럽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특히 에니어그램으로 볼 때, 머리형인 박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격정 때문에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려는 에너지가 강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않는 한, 박대통령이 시민들이 원하는 소통의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삶의 문제는 영성의 문제입니다. 매일 매일 먹고 사는 문제도 실상은 곧 영성의 문제입니다. 배고픈 민중들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것은 배부르게 먹이는 물질의 문제이기도하지만 더불어 그들의 빈 마음을 위로하는 영성의 문제와 분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도 배고픈 민중들을 위로하며 빵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강조하시지 않았습니까? 하나님과의 소통이 빵보다 소중한 것임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미래에 대한 근심걱정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하늘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는 민중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의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들은 나의 에고의 투사이며 실상은 두려움, 분노, 수치심으로 상처받은 나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에니어그램 지혜는 가르쳐줍니다. 소통은 그래서 타인을 향한 태도라기보다는 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영성의 문제인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의 영성입니다. 하나님의 온전한 사랑과 하나 되는 경험, 이웃들과의 열린 대화, 나 자신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안전한 소통의 공간, 물질의 거룩성 회복,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현존함으로써 깨어있는 것입니다. 총체적 난국처럼 보이는 현 우리 사회의 문제도 내가 깨어있어 소통의 영성을 회복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