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학교 친구들은 중3 과정에서 에니어그램을 공부합니다. 재미있어라 하는가 하면 때론 진지하고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넌 왜 태어났어?”
아이들은 머뭇거립니다. 이런 저런 대답을 찾느라 머리를 긁적거리거나 눈동자를 깜빡거립니다. 다시 묻습니다.
“에니어그램에서 뭐라고 배웠지?”
“글쎄요…” 그리고 여기저기서 대답들이 쏟아집니다. 그러다 누군가 문득 아! 하며 대답합니다. “참 나를 찾기 위해서…” “빙고!”
그리고 계속 묻습니다.
“그럼 산돌학교에는 왜 왔지?”
“참 나를 찾기 위해서”
“그럼 친구들과 왜 싸우지?”
“참 나를 찾기 위해서”
“부모님 속을 뒤집는 이유 없는 반항은?”
“참 나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는 장단을 맞춰 주거니 받거니 질문과 대답이 오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상을 질문으로 만들면 산돌학교 아이들이 던지는 웃음 섞인 목소리가 대답합니다.

“참 나를 찾기 위해서!”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팍팍한 인생입니다. 경제적 어려움만이 아니라 청년들의 암울한 내일이 더 걱정입니다. 한 세기 전의 대한제국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간다면 결국 힘으로 승부를 내겠지요. 이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며 전쟁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어야 하는 기로에 서있는데, 이 정부는 평화가 아닌 갈등을 부채질하는 길로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적 난국이 시민들로 하여금 점점 절망과 회의에 빠지게 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반사회적 행태들이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고위층 지도자들의 부패는 만성적 중독처럼 우리 사회를 중병에 빠뜨리고, 금 수저 흙 수저로 구분되는 계층 간 갈등은 이미 구조화되어 고착된 것이 아닐까 염려됩니다. 영혼을 팔아도 살기 힘든 젊은 세대들에게, 또 이미 주변부로 밀려 최고 상류층을 위한 일개미로 전락하고 있는 수많은 기층 민중들에게 삶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산돌학교 친구들의 맑은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참 나를 찾기 위해서!”

내가 만나는 매일의 일상은, 참 나를 찾기 위한,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왜?”라는 질문을 만들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참 나를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세상에 온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이 삶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발적으로 고난을 선택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신의 형상을 지닌 영원한 존재가 이 유한한 세계에 들어왔으니 말입니다. 고난은 천국을 발견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우리의 길입니다. 그러니 일상의 고난을 감사하고, ‘하나님과 아울러 섬길 수 없는 재물’(마6:24)을 부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넘어서야 할 일입니다. 재물로부터의 자유로움이 우리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열어준다는 것을 예수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온갖 영화로 차려 입은 솔로몬도 이 꽃 하나와 같이 잘 입지는 못하였다”(마6:29).

참 나를 찾기 위한 삶의 과정은, 이 세상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주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고 믿으면서도 왜 천국을 살지 못하고 찾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이 순간 깨어나 내가 잠들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면, 또한 그분이 나와 함께 있음을 절절하게 느끼는 황홀한 영적 감각이 깨어날 수 있다면,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눈에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찬란한 빛과 에너지로 빛나고 있음을 안다면, 더 이상 자아 ego가 만들어내는 물질과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존재 Self / Being’가 만드는 참된 세계 그리고 참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면, 이 삶이 선물이요 축복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꺼이 ‘자발적 고난’인 이 삶을 또 선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