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14

 

 

 

 

 

 

 

 

 

 

 

 

  편지로 띄우는 말씀

 

망각에 대한 저항

 

 

 

 

 

 

 

 

 

 





임 희 숙

성공회대 겸임교수
기독여성살림문화원 원장
lim8392@dreamwiz.com






 


무더운 여름입니다. 뜨거운 열기가 대지를 덥히고 살아있는 생명을 지치게 하네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잔인한 봄날이 가고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문제에 관한 각종 보도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그 참사의 진상규명과 해결에 대한 움직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희생자의 유가족들과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세월호 참사의 사회적 의미가 점차 ‘잊혀지는’ 것입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연대에서 공유하는 기억이 갖는 힘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망각에 대한 저항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사라지는 기억을 지키기 위한 한 가지 실천으로 저는 ‘경청’을 말하고 싶습니다. 경청은 “내가 경험하지 못하고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배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마음의 귀’로 듣는 일은, 진실하게 살아온 만큼만 들을 수 있고 가슴을 열어놓은 만큼만 들려오는 소리의 고통과 기쁨을 이해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로 진지하게 잘 들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을지라도 우리는 듣고자 애를 써야하고 듣기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이는 행위는 말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도록 말을 건네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엄청난 고통과 분노 앞에서 우리는 지금도 종종 할 말을 잃어버리고 침묵에 잠기게 됩니다. 이 침묵이 단절의 몸짓이 아니라 무언의 결속을 의미한다면, 침묵은 우리 가슴에 귀를 만들어 애통하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침묵 가운데 그저 가슴으로 듣기만 해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 이웃들은 절망의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음을, 정의가 보이지 않을 때도 정의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목마르는 갈증이 심하더라도 물이 다 마르지 않았음을, 외롭다는 고통 속에서도 세상에는 아직 사랑이 있음을 ‘잊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경청은 이렇게 무언가를 잊지 말라고 그들에게 말을 거는 일이고 그들과 함께 우리도 불의에 대한 망각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의 치유는 고통을 최대한 많이 표현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정신분석학적 연구는 미망인이 사별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을수록 더 오랫동안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심리학의 연구도 상실의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할수록 그로 인한 육체적 고통을 더 적게 겪는다고 하더군요. 애도의 슬픔은 죽음의 고통만큼 아프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자본과 권력의 만용에 의해 짓밟힌 억울한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고 그 고통을 표현할 시간과 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살기 위해 빨리 잊으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고 또 하나의 고통이 됩니다. 누군가 울음을 하나의 노래라고 하더군요. 울음과 노래는 가슴 안에 쌓인 것을 밖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가슴 안의 것을 표출하여 풀어버리고나면 그만큼 생명의 기운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울거나 노래하는 것은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누군가 같이 한다면 그 삶은 훨씬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 땅의 교회공동체가 저 애통한 역사의 ‘잊혀짐’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귀’를 가지고 다가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리스도가 달린 십자가는 고통 받는 이들과 상한 영혼들의 피난처이고 희망 없는 이의 희망이고 무너진 자에게 치유”라고 우리가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한 시인이 말하는 소망을 마음에 담으며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 (...)
바람이 너를 흔들어도
슬픔에 눈뜨지 마라
나뭇잎이 너를 떠나가더라도
가슴을 치며 몸속에 뿌리를 숨기지 마라
너에게 붙어
둥지를 트는 새,
그것이 세상사는 힘이 되리라.”

(이근대의 <나무>에서 인용)

 

 

 

 

 

 

 

 

 




152-815 서울 구로구 개봉3동 341-21 2층   Tel 02)312-6803, Fax 02)374-7277
  cbs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