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어린이날은 마침 주일입니다. 복음서 말씀에 ‘아기는 자라서, 심령이 굳세어졌다’(눅 1: 80)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어린 시절에 대한 짧은 서술입니다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오늘 어린이들이 ‘자라서, 심령이 굳세어졌다’는 말을 듣도록 하려면 어찌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모양입니다. 대통령이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해서 학생 각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 사회에 필요한 창의형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인성교육을 최우선한다는 말이 반가우면서도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기른다는 데 마음이 쓰입니다. 거기에는 ‘잠재력을 이끌어낸다’는 것과 ‘창의형’을 말하는 것과 서로 맞지 않는 틀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벌써 오래전 일입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윤석중 선생님을 비롯한 몇몇 분이 ‘어린이를 위한 어른의 다짐 헌장’(참고 : 1972. 크리스챤 아카데미)을 마련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이미 ‘어린이 헌장’이 있었는데, 어린이가 맘껏 자라는데 좁은 틀을 씌우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누구도 어느 틀에 맞춰서 자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잠재력의 발현은 누구나 타고난 천재를 살리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점지하신 뜻을 발견하고 그것을 살리는 일입니다. ‘도토리 이론 acorn theory’을 주장하는 제임스 힐먼은 천재를 수호신 daimon이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이를테면 도토리는 상수리나무가 되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사람이 되려면 ‘심령이 굳세어’져야 합니다.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천재를 스스로 일찍 발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입니다. 부모나 멘토가 일찍 발견하여 살리는 경우가 더러 있는가하면, 성장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깨닫고 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어떤 경우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이 만나지고 꼭 이루어야 할 큰 뜻과 일치를 이룰 때 성취되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경우는 ‘심령이 굳세어졌다’라고 한 데 비하여, 예수의 어린 시절은 ‘지혜와 키가 자라고,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을 받았다’고 표현되었습니다. 타고난 바를 잘 살린 경우라 할 것입니다. 맷 리들리의 주장처럼 본성이 양육을 통하여 Nature Via Nurture 살아나는 것입니다. 타고난 것이 중요하지만 제대로 발견하고 살리는 것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인성교육은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어린이가 타고난 천재를 발휘하도록 가정과 학교와 교회와 사회가 교육을 하되 일치와 조화를 찾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인성교육의 근본은 각자가 ‘자기 발견’을 하도록 도와야 하고, 거기에 따라서 각자의 천재를 발견하고 확인하도록 도울 일입니다. ‘나는 곧 나다’하고 스스로 계시한 야훼의 뜻을 예수는 ‘나다 Ego eimi’라고 같은 뜻을 드러내셨습니다.

기능적 인간이나 획일적 인간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의 본성을 바로 깨닫고, 자기의 천재를 확인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인성교육에 그만큼 비중을 둬서 성취해야 합니다. 그러면 국가나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 이전에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고, 그런 사람이 인류사회에 이바지하는 인재가 됩니다.

인성교육을 수행한 구르지예프는 먼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알게 하며, 그것을 ‘인류를 위하여 살라’는 말로 표현하였습니다. 자기를 발견하고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살 때, 자기가 세상에 태어난 목적과 사명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야 심령이 굳세어집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본성을 찾고 어떤 환경과 양육이나 교육의 과정을 통해서도 이를 살려야 합니다.

도토리가 모두 상수리나무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엄연한 진실입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모두 심령이 굳세어져서 사람다운 사람, 이웃을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양육하고 교육하며 사랑하는 일은 모든 어른들과 교회와 사회가 감당할 책임입니다. 이것이 먼저이고, 그 바탕에서 지식도, 기술도 배우고 세계에 필요한 인재가 되도록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