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경축하며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부활의 계절에 디아코니아 Dia- konia의 영성을 재발견합니다. 이 말이 지닌 본래의 뜻은 잊혀지고 ‘봉사’라는 말로 번역되어 좁은 틀 속에 갇혀 있음을 봅니다. 예수 자신의 말씀을 보면 우리의 디아코니아는 예수의 존재와 삶에서 뿌리를 찾게 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나는 섬기는 사람 Diakonos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눅 22:27)라고 밝히십니다.

더욱이 메시아로 세상에 오신 목적을 밝히면서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대속물로 내주러 왔다’(막 10:45)고 하십니다. 디아코니아는 십자가에서 정점을 이루고 죽음에도 막히지 않고 꺾이지 않는 힘으로 일관하여 부활에서 나타납니다. 희생적 사랑 amor이 죽음을 이긴 힘이 되어 디아코니아로 나타납니다.

부활의 처음 증인들은 바로 이 힘을 이어받고 증거한 사람들입니다. 힘을 과시하거나 지배하려는 지배체제 Domination System인 세상에서, ‘그러나 너희끼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 Diakonos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 Doulos이 되어야 한다.’(막 10:43-44)라고 지배없는 질서를 천명하신 뜻을 따라 삽니다.

발터 알트만 Walter Altmann은 ‘디아코니아는 파워의 대안적 형태로서 섬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우리가 이런 통찰을 사회·정치 영역으로 옮겨 놓고 보면, 그 때 남은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파워의 구조 속에 섬김(디아코니아)의 정신이 스며드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디아코니아는 변혁적입니다.

‘봉사’라는 좁은 개념의 틀 속에 갇혀 있는 현대 크리스천들에 비하여 처음 교회 신도들은 십자가의 사랑과 부활의 능력을 증언하는 자세로 디아코니아를 실천하였으니, 이는 곧 사랑의 실천이요, ‘부활의 변화 능력을 증언’하는 선교였음을 역력히 봅니다. 이를테면, 십자가와 부활을 말로 증언하면 ‘선포 Kerygma’가 되었고, 행동으로 증언하면 ‘섬김 Diakonia’이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디아코니아는 예전 Liturgy으로서 Leitourgia(섬김)이며, 인간에게 나타내면 Service(봉사)가 됩니다. 이만큼 디아코니아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핵심적이고 중추적이며 역동적입니다. 현대교회에서 봉사가 지엽적인 활동 부분이 된 것과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처음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한마디로 디아코니아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날 체제화된 안정된 교회는 예배 중심인 데 비하여, 초대교회에서처럼 선교지에서는 오늘도 교회가 디아코니아 중심으로 사는 역동성을 새삼 주목하게 됩니다. 성서에서나 기독교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리스도인들이 디아코니아로 돌보는 활동이 이방인이나 냉담한 사람들에게까지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도행전 2장, 4장에서 볼 수 있듯이, 서로 돌보며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모습을 주위 사람들이 보면서 호감을 느꼈습니다.

그리스도교를 박해하였던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 1세(331~363년)도 그리스도인들의 디아코니아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비잔틴 황제 유스티니아누스(483~ 565년)는 교회의 디아코니아에 감명을 받아 자선을 위한 법과 시설들을 만들게 하였을 뿐 아니라, 그의 영향으로 동방교회에서 서방교회로 호스피스의 개념이 전수되기까지 하였습니다.

실은 예수가 지녔던 디아코니아의 영성을 공유한 종교개혁가들이나 사회개혁가들은 자신이 사랑의 실천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교회와 민중이 이웃의 고통을 의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체제로서의 국가나 교회가 정의와 복지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디아코니아의 영성을 몸으로 실천하며 산 사람들은 시대와 상황을 뛰어넘어 돌봄·나눔·섬김을 놀랍게도 실행하였습니다.

부활을 옹골차게 품는 디아코니아의 영성을 재발견하며 갱신하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