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위하여 이 글이 승리한 이들에게는 권고와, ‘희망2013’을 품었다가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경험을 한 이들에게는 위무의 편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승리한 51%편에서는 실망한 48%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실망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역설을 끌어안으면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은 희망없음에서 희망은 살아납니다.

어느 쪽에서도 새시대, 새정치, 새체제를 열망하던 의지와 공동체성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현실로 이루어내지는 못하였기에 실망이 컸고 아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꺾이고 접는다면 누구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패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2%가 부족하여 이루지 못하였을지라도, 다시 3%를 끌어올릴 희망을 안고 시작한다면, 희망의 역설이 힘을 드러낼 것입니다.

새시대 새정치를 감당할 만큼 혁신의 의지와 토대가 모자랐기에 2% 부족하였던 것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제 새로운 선견지명과 담대한 결단 으로 더 큰 희망을 안고 일어서면 잠시나마 새로운 비전이 필수요 역사의 명령 Mandatory이라 받아들였던 이들이 잊지 않고 그 불씨를 살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좌절과 고통을 맛보지만, 고난은 품성과 의식의 시금석임을 다시 마음에 일깨웁니다.

대선 때 모였다 좌절했대서 흩어지면 지녔던 희망이 허술했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를 계기로 모두가 희망하는 새시대, 새정치의 콘텐츠로서 정의, 평화, 복지, 경제민주화, 인권, 통일에 대한 의기와 열망이 오히려 더 강해지면, 희망의 역설은 여기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시작될 정부가 개혁자들에게서 차용한 공약과 정책을 실현하도록, 그리고 그 너머에 이룰 새시대, 새정치가 성취되도록 추동하며 압력을 가하는 여론을 형성할 일입니다.

이번의 경험을 야권의 재정비와 개혁, 그리고 시민사회의 성숙을 이루는 계기로 삼는다면, 더 큰 성공으로 변환시키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좌절한 젊은이들이 새 희망을 찾도록 하고, 어른들이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와 국가장래에 대한 관심을 깊이 갖도록 도울 일입니다.

영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감독 톰 후퍼 Tom Hooper가 말하듯이 ‘개개인이 다양한 각자의 버전을 투사하는 데 집착한 개인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남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데서 새 희망과 가능성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정신에 투철하고 절실한 사람들은 패하고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누가 과연 진정성을 담지하고 있는가, 누가 진정으로 정의의 편에 서서 사심 없이 일할 사람들인가를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지고도 이기는 길을 봅니다. 지금부터 꼭 1세기 전 남극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 경 Sir Ernest Shackleton이 보여준 것입니다. 그는 ‘실패한 탐험가, 성공한 리더’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그는 6백34일간(1914- 16년)의 조난을 이기고 27명 대원 중 한 사람도 잃지 않고 귀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섀클턴은 그 과정에서 리더십의 전범 Paradigm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주요한 것은 절망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상상을 뛰어넘는 악조건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본을 보여주었습니다. 섀클턴이 보여주었던 철저한 낙천주의와 인간 중심의 배려와 리더십, 솔선수범과 자기희생, 끊임없는 적절한 동기부여, 그리고 경험과 지식에 기초한 적절한 판단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남다릅니다. 섀클턴이 보여준 이 같은 리더십의 전범을, 책임 있는 리더들과 더불어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갈 모든 이들이 함께 살려나가기만 한다면, 기필코 희망은 현실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짧게 보고 좌절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역사를 내다보면서 희망을 가꿀 일입니다.

모두가 봤고, 느꼈고, 손으로 만지듯 경험한 무서운 진실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진다고 느낀 순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이나 시민을 막론하고, 모두가 두려움을 느꼈고 그 앞에서 진실하려고 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무서운 진실 때문에 희망의 역설은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