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또다시 뜹니다. 새해는 어김없이 열립니다. 축제를 벌였어야 할 판이 홍역 치르듯 지나갔어도 새해는 열립니다. 그래서 희망은 더 간절합니다. ‘협력의 진화’가 이루어지기를 갈망합니다. 물속을 헤엄치는 고기가 갈증을 느끼듯이 ‘인간의 진화’가 이루어지기를 고대합니다. 모두가 바라는 새 시대는 이런 바탕에서 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회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는 협동해야 할 사람까지도 경쟁상대로, 라이벌로 보는 눈높이와 태도가 역력히 드러납니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불편한 진실 앞에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좀 더 통 큰 자세로 협력했더라면 모두가 얼마나 통쾌하였을까. 그래서 ‘협력의 진화’를 절실하게 필요로 느낍니다.

경쟁해서 상대를 꺾고 이기는 경우도 있으나 큰 판에서 보면 상대를 협력자로 끌어들이면서 이기는 법도 있습니다. 누가 봐도 후자가 넉넉하고 아름답게 보일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경쟁해서 이기면, 이기고 나서 사람 잃고 결국은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력하면서 이기면, 이기면서 사람까지도 얻을 수 있기에 금상첨화입니다.

협력의 진화는 인간의 진화를 반영합니다. 생물학적 진화는 아닐지라도 인성의 진화요 사회의 진화로 확장됩니다. 인간의 지혜와 리더십의 지혜가 실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은 수준에 머물 때 높은 수준에 이르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법입니다. 경쟁 잘하는 사람보다 협력을 잘하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와 성공을 거두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똑똑하고 착하면 리더로서 덕목을 갖추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통 큰’ 사람이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인물이요 지도자라 할 만합니다. 평상시에 사람을 보는 눈에서도 이런 기준은 필요하지만 더욱이 리더십을 바라볼 때는 더욱더 절실해집니다. 누구나, 그리고 특히 리더가 똑똑하고 착하고 통이 큰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음은 행동의 근원이요, 행동은 마음의 반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속에 ‘협력’을 끌어안으면 늘 서로 협력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상호협력이 평화의 기초임을 다시 떠올립니다. 실상 한국인의 특징이 상호협력과 평화인데, 그동안 우리는 물질적 풍요에 집착하면서 경쟁문화를 물색없이 키워 왔습니다. 지난 연말의 대선 경험을 거울삼아 라이벌 사이에서도 협력할 수 있음을 우리는 재발견 또 재확인합니다. 새 시대를 여는 징조입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 Robert Axelrod는 통찰력을 수학과 사회학과 생물학에도 깊이 발휘합니다. 그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서 지평을 새롭게 엽니다. ‘협력의 진화 The Evolution of Cooperation’가 경쟁보다 나은 성공의 길임을 밝힙니다. 이를 컴퓨터 게임 이론으로 증명합니다. 평화를 만들기 위하여 협력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큰 자극이 됩니다. 협력을 하다가 패배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의구심을 날려버리게 해줍니다.

최근에 ‘초협력자 Supercooperators’라는 마틴 노왁 Martin Nowak 하버드대학 교수의 책도 마침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나 현실 생활 속에서도 협력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는 성서의 말씀이 실감나게 해주는 깨달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의 에니어그램으로 보면 경쟁심이 강한 사람들은 전체의 10%를 약간 넘습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약 삼분의 일, 충실한 사람들이 또 삼분의 일 정도가 됩니다. 그러므로 한국인 모두가 앞으로는 경쟁보다 협력을 증진시키며 패배할까 걱정하지 말고 의구심을 떨쳐버리며 무조건의 사랑으로 매진한다면, 평화를 이루는 기운을 세계에 퍼뜨리고, 안으로는 안정과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가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생각과 느낌과 행동의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조화로운 발달’을 통하여 ‘인간의 진화’를 도모한다면, 상승하는 국운을 힘차게 살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