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능 시험일인 2008년 11월 13일, 어느 일간지에는 두 칼럼이 나란히 실려 있었습니다. ‘현실로 다가온 사교육 대란’과 ‘대학 등록금도 국민투표에 부친다면’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전임과 겸임의 차이일 뿐, 필자가 둘 다 경제학 교수였습니다. 두 글에서 받은 공통된 인상은, 우리 교육의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져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한 세대 전에 ‘입시지옥 Exam Hell’이라는 말이 타임지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아졌을 당시, ‘학생보호운동’이 시작된 일이 있습니다. 그때의 수험생들이 학부모가 되었는데도 개선은커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 같습니다. 이대로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단으로, 현실을 똑바로 진단하고 문제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80%가 교육비를 매우 부담스럽게 느낀다고 합니다. 또, 올해 20조원 수준인 사교육비 총지출액이 내년에는 3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런 지적은 우리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도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에게는 경제공황이 닥쳐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사교육 대란이 밀려오는 것을 지적하면서 현재 상황을 장기적으로 타개할 근본 처방을 교육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경제 동향에 어두운 이들이라도 오늘의 공교육 문제와 과중한 사교육비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실질 수입이 아무리 줄어도 사교육비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는 줄이지 않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에게 사교육비는 무리한 지출의 수준을 이미 지났습니다. 자녀의 학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하는 ‘알바 엄마’가 늘어나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사교육 없이 공교육의 정규 과정 안에서만 교육을 받아도 충분한 외국으로 조기 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심정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황폐화된 공교육과 정서 교육이 부재하는 사교육 위주의 풍토에서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콩을 심어놓고 팥이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풍토를 없애는 일을 나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먼저 그만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만 그만둘 수는 없다’고들 생각합니다. ‘안하면 내 아이만 처진다’는 강박관념을 이길 수 있는 부모는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인으로 보면 모두가 사교육이 없어지기를 바라면서도, 집단으로는 나만 빠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과 압박 때문에 ‘축에 끼려고’ 모두가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형국입니다. ‘파이드 파이퍼 Pied Piper’ 같은 ‘괴물 사교육’의 요술 피리 소리에 홀려서 교육부도 학교도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학원도 과외선생도 모두가 벼랑 끝인지 동굴 속인지 모를 곳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희망이 하나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일어나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까요? 공교육의 복원과 과외 금지를 위하여 어머니들이 일어서기만 한다면,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고도 교육 개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설령 국민투표를 거쳐야만 해결될 상황이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어머니들의 결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만이 과제입니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여성지도자들입니다. 교회와 사회의 여성지도자들은 어머니들의 대변자요 상담자요 위로자로서 이 땅의 어머니들이 겪는 고통과 희망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여성지도자들이 나서서 우리의 자녀들과 어머니들, 정부와 나라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발휘하여 우리 교육의 역사가 새로 씌어질 수 있도록 공교육 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