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8

 

 

 

 

 

 

 

 

 

 

 

 

  편지로 띄우는 말씀

 

패션 어브 크라이스트 PASSION OF CHRIST

 

 

 

 

 

 

 

 

 

 





김영운 목사

공동체성서연구원장,
한양대학교 교목실장
kimyo120@hanmail.net






 


한때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멜깁슨 감독의 작품 ‘패션 어브 크라이스트’는 그 표현이 너무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하여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의 내면과 심층적인 차원의 고난을 드러내는 데 문제가 있다는 비평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이는 고난의 의미가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한 문제를 지적받은 것입니다.

이제 다시 한번 스스로 격정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몸소 ‘자발적 고난’을 당하신 그리스도의 수난을 깊이 묵상하는 계절 한복판에서 ‘패션 어브 크라이스트’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흔히 그리스도의 수난을 너무 당연시하다가 그 의미를 재발견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수난의 의미도 우리의 현실과 연결 짓지도 못하다 보면, 그럭저럭 사순절을 보내게 되고, 그럭저럭 부활절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시인이 말하듯이 ‘이게 아닌데’ 하면서 건성으로 삶을 이어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먼저 패션 Passion이란 말을 되짚어 봅니다. 흔히 열정이란 말로 쓰이는 이 말은 주어진 잠재력과 은사 또는 에너지를 진선미를 위하여 창조적으로 쓸 때 나타나는 품새나 자세를 가리킵니다. 이와 같이 잠재력이나 은사를 선용할 때 열정으로 나타나는 반면에, 그 쓰임새가 지나쳐서 과욕이나 이기적인 욕망으로 분출될 때 격정이 됩니다. 결국 열정이 될 수도 있고 격정이 되기도 하는 것은 잠재력과 은사의 쓰임새 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격정이 나타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거나 체면이 손상되거나 집착하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가 대부분입니다. 이럴 때면 흔히 격정에 사로잡히게 되며 그 결과로 오기가 발동하여 평상심을 잃고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이 되며 감성과 지성의 균형이 깨집니다. 자연히 이성이 흐려지거나 부정적 감정에 휩싸입니다. 말이나 행동이 거칠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격정은 고난을 불러들입니다. 인간의 실존을 생각하면 그 누구도 고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 자기 격정을 다스리기가 그 만큼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세상을 이긴다’고 한 것만 봐도 그 무게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갑니다. 결국 인류가 격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고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지요.

‘패션 어브 크라이스트’는 이런 뜻에서 인간이 격정을 발견하고 회개해야 할 것을 깨닫게 하는 사건입니다. 교회신학에서는 이런 격정을 ‘죽음에 이르는 죄’ Deadly Sins라 할 만큼 심각합니다. 그러나 격정이 중대한 만큼 그것을 극복하고 벗어나면 그 힘은 열정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미덕이 되며 성서에서 일컫는 ‘성령의 열매’로 나타납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시민이나 지도자나, 신자나 성직자나 한결같이 격정에서 벗어나 창조적 열정으로 각자의 은사를 존절하게 써서 덕목을 살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성과 감성이 조화되고, 정의와 영성이 조화되며, 개개인 사이에서와 집단들 사이에서 에너지의 균형이 힘의 균형으로 나타나도록 정신차리고 살아야 합니다.

‘패션 어브 크라이스트’를 새롭게 묵상하며 우리는 새 정부를 맞이합니다. 이때에 우리는 창조적 열정을 가지고 새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며 봉사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번번이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격정에 사로잡힌 모습으로 퇴장하는 경우를 지켜봤습니다. 지도자의 격정과 함께 국민의 격정도 똑바로 찾고, 그 본질을 통찰할 필요를 느낍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새 대통령과 새 정부를 말하는 것처럼, 새 국민으로서 우리 모두가 격정에 사로잡혀서 오기를 부리거나 소모전에 빠질 것이 아니라, 다부지게 정신차리고 격정을 사로잡고 창조적 열정을 살리며, 무조건적 사랑을 실현하여 답보상태에 있던 박스에서 벗어나 발전의 신기원을 세우고 우리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킴으로써 ‘패션 어브 크라이스트’의 은혜를 입는 해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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