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에 6년 빠진 세월을 이 땅에 사신 한양학원 설립자 백남 김연준 박사님은 ‘사랑의 실천’에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기적 태도로 사는 교사들이 건전한 교훈을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말을 하며 인기에 영합하는 사례가 흔한 세상에 진리를 바르게 가르치는 것만도 장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난 달 (1.7)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가신 백남 선생님은 사랑의 실천에 투철하셨습니다. 69년 전에 ‘사랑의 실천’이란 건학 이념의 토대 위에 손수 한양학원을 세우시고 일생 동안 이 뜻을 위해 사셨기에 그분에게는 사랑의 실천이 더 이상 ‘규범’이 아니라 몸으로서의 ‘서술’이었습니다. 리얼리티로 어엿하게 살아내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고인의 사상과 삶은 사람을 대하는 품에서 가장 돋보입니다. 긴 긴 세월 수많은 사람들과 맺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듯이, 그분에게는 ‘관계의 소중함’과 ‘관계의 일관됨’이 생명만큼이나 고귀한 것이었습니다. 커다란 조직을 관리 운영하려면, 흔히 능력을 앞세우고, 냉엄하게 공적과 실적 우선으로 치닫기 쉬운 법이지만, 그 어른께는 ‘성실’이 능력 못지않게 중요했습니다.

물론 능력과 성실이 똑같은 비율로 한데 뭉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김연준 박사님은 능력보다 성실을 우위에 놓으신 듯 사셨습니다. 그분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당신 곁을 떠나지 못했을 만큼 사랑의 실천을 몸소 소박하게 사신 데에서도 웅변적으로 드러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8년 동안 한양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고 2년 전부터는 교목실장으로 봉직하고 있습니다. ‘몸으로 읽는 성서’를 주창하고 ‘코이노니아의 신학’을 펴면서 공동체 운동을 30여 년간 하였습니다. ‘온전함의 영성’과 공동체 영성을 함양하며 영성수련을 해오다가 20년 전에 에니어그램을 만났습니다.

거기서 왜 사는가를 묻는 물음에 새롭게 맞닥뜨렸습니다. 구르지예프는 묻습니다.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생명의 의미와 의의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그 답은 ‘인류를 위하여 살아라!’입니다. 거기에서 저는 ‘몸으로 읽는 성서’에서 ‘몸으로 사는 성서’로 옮겨가게 하는 빛을 보았습니다.

요한일서 1:3의 말씀에서 ‘몸으로 읽는 성서’가 코이노니아의 신학과 함께 ‘나눔과 섬김’으로 이어졌다고 한다면, 요한일서 3:18에서 ‘몸으로 사는 성서’와 ‘사랑의 실천’이 재발견되었다고 하겠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근면, 정직, 겸손, 봉사를 실천적 덕목으로 삼고 사회봉사단이 활동하는 것은 바로 그런 가르침과 삶의 열매입니다.

애도 기간 중에 하루는 새벽에 빈소에서 나 홀로 기도하던 중 가슴에 북받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 백남 김연준 박사님이 90여 성상을 품고 펴고 몸소 사신 뜻, ‘사랑의 실천’이 한양학원의 모든 구성원은 물론, 한겨레 모두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지고 뜨겁게 불타올라 마침내 동방의 등불로 환히 비칠 날을 내다봅니다.

풍성하게 받은 것을 근검절약해 가면서 몸소 사랑을 실천하시고, 뜻을 함께 할 인재육성에 혼신의 노력을 쏟은 것만이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신념으로 사셨던 큰 스승의 뜻과 사랑이 백남 선생님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질 것입니다. 복이 있는 사람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