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8,15 경축 행사를 지낸 이 시점에 우리는 또 한 주기를 내다보며, 무엇보다 건강한 세계를 희망하며 첫발을 내딛습니다. 지난 세월에서 경험적 지식으로 얻은 지혜를 살려서 물질세계의 진보와 더불어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질 만큼 정신의 진보와 의식의 진화를 이룰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무지개빛 꿈을 꾸자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경험과 현재의 관찰에서 얻는 지혜를 살려서 이루어 낼 일입니다.

무엇보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이 맑아져야 할 것입니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하루는 청년 한 사람이 도산에게 찾아와서 나라를 위하여 무슨 일을 해야 되는가를 물었을 때 선생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셨습니다. 학생이라고 대답하자 “그럼,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건강한 세계를 위하여 우리가 할 일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20세기가 낳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이 젊은 시절에 도시를 떠나 한 작은 광산촌에 가서 어른들을 위한 초등학교를 세웠습니다. 그 때에 찾아온 어떤 사람이 말하였습니다. “저는 세상을 개선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철학자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럼, 자신을 향상시키는 것부터 하십시오.”

건강한 세계를 위하여 노력하였던 선각자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개인들이 향상되어야 세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개인들이 들어내는 심리적 현상이 곧 사회 현상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개인들의 영혼과 의식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탁월한 정신의학자 가운데 칠레의 클라우디오 나란호 Claudio Naranjo는 말합니다. “건강한 개인들이 기초를 이루지 않고는 건강한 사회가 존재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개인의 변화가 지닌 정치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빈곤을 질병처럼 앓고 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구조 속에서 박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절대적 빈곤 속에서 궁핍함을 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한쪽 그늘진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 풍요나 더 깊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한 채 실존의 노예가 되거나 자아의 포로가 되어 사는 사람 또한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른바 문민정부 시절에 ‘한국병’이란 말이 유행하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세계병’이란 말이 온 세계에 만연한 병폐를 가리킵니다. 말로는 정치, 경제 어느 쪽에서도 ‘공동체’를 주창하지만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멉니다. 정치는 의미와 희망을 말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 오히려 ‘비현실’ unreality이라 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렇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 개인들의 심리 현상이 반영된 것에 다름이 아님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우리는 도덕적 정직성을 회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평정하고 자신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깊게 할 일입니다. 일찍이 어느 시대, 문화, 국가를 막론하고 건강한 공동체, 건강한 세계를 이루기 위하여 이바지한 이들은 한결같이 자기를 발견하고, 수련하며 향상시키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바탕에서 각자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더 받아들일 만 하고 살 만한 역사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한 보편적인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였듯이 “참으로 진실한 것은 단순하고 아름답습니다.” 자신 만을 위하여 이기적 관심과 노력으로 사는 사람은 스스로 포로된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세계를 위하여, 공동체를 위하여 그리고 남을 위하여 관심하고, 배려하며 애써 사는 이들은 평온하고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도 누리고 살았습니다.

‘거룩한 고민’을 하며 공동체를 위하여 사는 이들은 개인적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처럼 현실 속에서도 만납니다. 바로 이렇게 자신을 향상시키며 건강한 세계를 만들 사람들을 위하여 ‘어른이 초등학교’를 도시마다 마을마다 방방곡곡에 세울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른들이 자녀들과 함께 다니는 다솜학교를 이십 오년 동안 실험적으로 경험한 확신을 가지고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