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동란이 일어난지 쉰다섯 해가 되는 6월을 맞이하며 만감이 서립니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잿더미가 되다시피 하였던 서울이 이토록 발전하였고, 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뒤로도 60년대 후반까지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겨웠던 일이 생각납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였던 농업국가로서 수출 입국의 의지와 결의로 백만불 수출 목표를 세우고 온 나라가 힘을 기울이던 때가 새삼 떠오릅니다.

이제는 IT 강국이란 말에 어울리게 인터넷 세상이 되었고 휴대 전화는 한국산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류의 물결을 타고 엔터테인먼트산업과 영화도 세계를 향하여 도도히 뻗어나갑니다. 음악가, 과학자, 스포츠맨 등 각 분야에서 빛나는 역군들과 업적이 큰 조명을 받으며 세계무대에서 빛이 납니다. 정말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하던 중에, 오늘 우리는 6,25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게 느낍니다. 외세에 의하여 뼈아픈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습니다. 냉전 체제가 강화되기 시작하던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강대국의 대리전을 치루듯이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습니다. 아직도 휴전 상태는 계속되면서 남북의 대치 상황과 전쟁의 위험과 분단의 현실은 휴전 53년이 지난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6,25의 원인과 결과에 대하여 좀 더 깊은 관심으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이나 공동체나 끝없는 변화와 진화와 성숙을 이루려면 ‘자기 기억’Self- remembering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일상의 작고 평범한 일까지도 면밀하게 ‘자기 관찰’ Serf-observing 하면서 기억하면 큰 지혜가 쌓이는 법입니다. 항차 6,25 같이 온 겨레가 상상을 뛰어넘는 커다란 댓가를 지불한 사건인 만큼, 온 겨레가 깊이 ‘자기 기억’을 한다면 우리는 거기서부터 큰 교훈과 지혜를 얻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를테면, 오늘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아무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보장할 수도, 장담할 수도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55년 전의 6,25상황을 극히 객관적으로 명쾌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작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역사의 교훈과 더불어 오늘에 대처하는 지혜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6,25 동란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하여 소홀했거나 간과했던 요인 또는 원인에 대하여 우리는 오늘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구-소련이나 북한에 대한 정보의 부재 아니면 부족이 빚은 결과와 우방이라고 믿었던 미국과의 정보교환 내지 협력의 수준에 대하여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우리 국민의 정신이나 심리 상태는 어떠하였던가? 막상 전쟁이 벌어졌을 때 정부의 대국민 홍보와 보호 정책이나 방향은 어떠하였던가를, 우리는 지금 기억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다시 생각합니다. 반세기 전의 일을 소상히 기억하는 것은 역시 자기 기억에 다름 아니고, 자기 기억을 오늘의 자기 관찰로 깊이 있게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현실을 행여 잘못 보면서 환상 내지 망상에 빠질 수는 없습니다. 동북아 정세 변화와 한미관계의 추이에 따라서 우리의 처지가 어찌될까를 관심있게 보자면, 먼저 자기 기억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짧은 글에서 많은 것을 이야기 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영성과 마음 상태에 대하여 관심하기에 할 수 있는 기억이 있습니다.

6,25의 비극적 경험을 한 사람들 가운데 자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의아하게 생각하고 당시 타임-라이프 Time- Life지가 공동으로 특집을 기획하면서 조사한 결과 놀라울 정도로 자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남달리 가족애가 진한 한국인들은 고난 속에서도 서로 아끼며 단란하게 살지언정 이혼이라는 것도 남의 이야기로 살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어떻습니까? 정치 현실이나 국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자기 기억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정신 상태나 심리 상태와 더불어 안보 자세나 의식의 관점에서 ‘자기 기억’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또 필요할 것입니다. 더욱 더 절실한 것은 공동체의 자기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