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계절에 때맞춰 아름다운 증언 공동체를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부활은 증언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부활의 첫새벽에 빈무덤에 찾아갔던 여인들의 증언이 그렇고, 그 뒤에 제자들을 비롯한 ‘구름 같은’ 수많은 처음 증인들로부터 오늘의 부활 증인에 이르기까지, 증언이 부활을 역사 속에, 우리의 삶 속에 분명히 자리매김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폴 리꾀르의 말처럼 성서를 읽는 사람들이 ‘부활의 변화 능력을 증언하는 자세로’ 살아온 것을 통하여 부활이 역사와 사회 속에서 사람을 또한 변화하게 한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활을 증언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변화를 일구었습니다. 개인이 변화하고, 사회가 변화하고, 역사가 변화하게 하는 능력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밖에 모르던 이기주의자가 변화하여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인’ person-in-community이 되었습니다. 물질과 돈 밖에 모르던 사람들이 영성을 소중히 가꾸어 나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찌하든지 남을 제치고 일등 만 하려던 무한 경쟁에 빠져 살았던 사람이 협력과 상생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변화를 이루고, 변화의 능력을 증언한 사람들이 맥을 이어왔기에, 오늘도 우리가 부활을 노래하고 증언하는 것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고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채 가시지는 않았어도 봄기운을 역력히 느끼던 우수 경칩의 주간에 저는 아름다운 증언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자매 형제들과 사흘 밤낮을 함께 지냈습니다. 벌써 여러 해 전부터 ‘등대지기’, ‘생명지기’ 등 보통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낱말들을 써가며 어쨌든 변화를 지향하는 삶, 옛 생활 방식을 깨뜨려 보고자 몸부림치는 삶을 살아온 맥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들은 오염되어가는 삶을 지키고 살려내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여 살아온 사람들임을 알았습니다. 환경오염에 대하여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는 일을 하게 되었고, 먹을거리가 오염되는 데 대하여 유기농을 부추기며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생명지기의 몫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교육 오염에 대하여 대안교육을 수행하며 ‘볍씨학교’를 일구더니 이제는 ‘풀씨학교’를 또 열었습니다.

볍씨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교육공동체와 생활공동체를 아울러 가꾸어내는 노력 가운데 TV 안보기, 컴퓨터 줄이기, 자연 살리기, 김장 담그기, 지리산 종주 행사 등 체험과 삶과 교육이 통합되는 산교육을 이루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생활나누기를 통하여 이야기 공동체가 되살아나고, 내적 치유를 경험하게 되며 서로 감싸주고, 등 밀어주고, 보듬어주며, 고난도 희망도 함께하는 마음으로 희망 가꾸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로서 혈육이나 친동기간사이에도 서먹한 세상에, 집안 사정이나 가족 관계와 갈등 그리고 고민까지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넘어 정말 치하하고 싶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동체성을 소중히 끌어안고 살아오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고 목에 걸린 가시처럼, 묵은 체증처럼 느끼며 살아오던 문제들을 자기 발견과 자기 관찰, 자기 기억 그리고 이런 노력과 체험을 스스럼없이 함께 나누는 과정을 통하여 풀어낼 때 느끼는 고마움과 감동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이렇게 삶이 충만함을 새삼 느끼게 하였습니다.

각자 자기를 발견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며, 또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발견하고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해방감과 생동감과 더불어 감격을 느끼던 경험은 시간이 어느만큼 지난 지금, 여기서 생생하게 재생, 재현되고 있음을 증언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자라지만 부활과 그 속에 있는 변화의 능력을 믿고 증언할 때 활력과 생동감과 삶의 충만함이 우리의 것임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름다운 증언 공동체입니다. ‘불완전의 영성’ spirituality of imperfection 속에서 부활을 증언하려는 자세로 끊임없이 성숙을 향하여, 공동체를 향하여 애쓰며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증언 공동체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소수이지만 처음 교회의 소수자로서 부활 증인들이 오늘까지 이어온 맥을 보면서 이 아름다운 증언공동체가 역사 속에 도도한 맥을 뻗어갈 것을 생각하며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