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와 함께 덕담을 나누고 싶습니다. 각박하고 어렵던 시절에도 덕담을 나누던 옛 어른들의 지혜와 경륜을 이어받고 싶습니다. 희망이 고난의 반대말이듯, 덕담은 고통과 질곡 속에서 핀 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그 희망을 품은 덕담을 우리 모두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금년에는 우리 모두가 마음이 넉넉해져서 서로 다른 의견과 주장을 귀담아 듣고 끌어안게 된다죠. 갈등을 두려워하며 기피하던 태도를 버리고, 오히려 갈등 속에 있는 뜻을 존중하고 그 뜻을 살려서 갈등을 해소하고 멋지게 관리하는 지혜를 살리게 된다죠. 이제 참다운 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치솟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협력하게 된다죠.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은 서로가 다른 생각과 주장을 펴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존재를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모두가 사회의 발전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애쓰며 분투노력 하고 있음을 공감하는 모습입니다. 남녀의 성차별도, 좌우의 대립도, 노소의 대결도, 계층 간의 갈등도 극복할 문제로 인식하고, 각기 다른 입장에 서 있었지만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서 해결의 실마리가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했다죠.

화합과 상생을 절대절명의 과제로 끌어안고 덕담을 나누기로 말하면, 그것은 결코 빈 말도, 헛 꿈도 아닐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 줄 ‘푸근한 세상’ 만들기를 천명으로 받아들이며 우리 모두가 소명을 확인할진대, 그것은 결코 일장춘몽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성인은 허위성을 벗어 던지고, 종교인은 위선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정치인은 당파심의 용렬함과 정쟁의 부끄러운 태도를 버리고, 경제인은 물신주의적 이기심과 부정직을 벗어버리고, 생활인은 냉소주의와 사회적 무관심을 벗어 던지려 마음먹으면, 새해의 덕담은 우리에게 오롯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시간의 무게와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진하게 느끼는 시점에, 푸근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미래지향적 역사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주장과 이해관계가 서로 부딪치면서 갈등이 빚어지는 현상 만 해도, 지난날의 권위주의 시대에 비하면 이 얼마나 발전된 모습입니까? 그러나 미래의 역광에 비춰 보면, 각기 자기주장을 펴는 것은 필요하겠으나 다른 주장에 대하여서는 행여 독선과 아집,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옹졸하고 폐쇄적인 태도로 대립만 일삼았던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잠시 ‘자기 관찰’을 각기 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자기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 필요한 만큼, 연대성을 세워 나가야 성숙합니다. 각기 자기주장을 강하게 할 때, 상대가 귀 기울여 경청하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상대의 주장에 귀 기울여 경청해야 합니다. 자기 확신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객관성을 잃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과 오만에 빠져 자기 기만적인 주장이나 판단의 오류에 휩싸이게 됩니다.

남들은 모두 게으르고 부패하였다는 독선적인 태도는 ‘우리만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객관적인 의식을 높일 때 비로소 겸허한 자세로 진실을 바로 보게 되고, 서로의 처지와 입장에 대하여 동정하고 공감하며 유연하게 포용하는 품이 커지게 되는 법입니다.

지난해가 저물던 즈음 뉴라이트, 자유주의 연대, 기독교사회책임, 국민참여연대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어느 편에서 보던, 다른 소리와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할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교계 안에서도 기독교연합이란 이름과 기독교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어쨌든 다양성 속의 일치를 지향하는 자세와 서로에게 경청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공동선을 위하여 누구에게나 어느 편에게나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세대는 역사의 심판과 아울러 후세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은 세계사적으로 너무나 중차대한 시점입니다. 옛날 선각자는 말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에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낭비한다. 조금 남은 것은 막연하고도 불확실한 미래에 쏟는다. 그래서 오늘, 현재는 텅 비어 있게 된다.”

이제 우리는 화합과 상생에 초점을 맞춰 서로 인정하고 협력하며 푸근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