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달포 동안 미주 동부와 서부의 일곱 도시, 그리고 독일의 세 도시를 순회하며 에니어그램 교육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현대 아산 정회장의 비보를 독일 본에서 들었습니다.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가는 곳마다 만나는 동포들이 북핵 문제와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과 국내 정치의 불안정 등에 개하여 많은 걱정을 하던 터였습니다.

현대 그룹의 위기가 자칫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겠는가 걱정하는 소리가 더해진 것은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이민 생활에서 그야말로 쉴 날 없이 일하며 미국 경제의 불황으로 마음이 무거운 형편에서도, 고국의 문제를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염려하는 모습들이 눈물겹도록 고맙기까지 하였습니다.

국내에서도 모두 제각기 열심히들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금 안팎의 우려와 불안을 필요 이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벌써 이 난을 통하여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우리는 2002 월드컵 때의 벅찬 경험을 살리지 못하고, 그 상승의 기운을 꺾고 있지 않나 되묻게 되기 때문입니다.

석 달만에 다시 불붙은 화물연대의 파업을 비롯한 보혁 갈등, 이로 인한 경제 손실과 사회의 불안정 같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일이고 불가항력적인 요소들 탓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이어서는 안되겠으나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과 어지러움의 이기심에서, 그것도 요즘은 집단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이기심은 경쟁심을 자극하고 요즘 세상에서는 물질주의를 극도로 강화시키는 경향으로 나타납니다. 미국에서 강연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마이클 러너도 지적하였듯이 앞에서 지적한 세 가지 문제가 오늘날 미국 사회의 병이라 인용하는데, 한 참가자가 질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쟁심은 한국 사람들이 더 심한 것 아닙니까?”

미국의 국민성으로 나타나는 경쟁심보다 한국 사람들의 경쟁심이 더하냐 덜하냐를 따지는 것이 본질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와 우리가 지니고 있는 모자람이 무엇인가를 밝히 규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분별의 지혜와 결단력을 살려야 하는 것만이 지금은 중요합니다.

이런 과도기적인 현실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면서, 여행 중에 명상하던 글이 떠오릅니다. 일찍이 간디 선생이 ‘일곱 가지 죽음에 이르는 죄’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 원칙이 없는 정치
- 노동이 없는 부
- 도덕이 없는 상업
- 양심이 없는 쾌락
- 품성이 없는 교육
- 인간성 없는 과학
- 희생이 없는 종교

그분의 통찰에 우리네 모습을 비춰봅니다. 어느 것 하나 이렇다할 만큼 내세울 형편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새 정부가 들어선 반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치른 대가도 크거니와, 그 동안의 경험에서 얻는 지혜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답답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는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를 위하여 마음을 모으고 있는 힘을 다 쏟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운명과 우리의 나아갈 방향은 순전히 우리에게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위기도 사회의 불안정도 경제 침체도 도덕성의 해이도 모두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세계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던 지난날의 여러 차례 경험에서 보였던 것처럼 우리의 저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다시 물러서지 않고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단으로 우리 모두 ‘무조건의 사랑’으로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우리의 문제를 옹골차게 풀어나갈 때 우리를 향한 세계의 염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수 있는 저력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