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장마철이 지나고도 또 다른 장마가 끈질기게 계속된 만큼 무덥고 지루한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그보다 더욱 우리를 지치게 만든 것은 가뜩이나 어지러운 정국에 더한 청문회 정국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 양면성이 있듯이 총리 인준을 위한 청문회 또한 양면이 있어서 공과가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를 세우기 위한 청문회 제도가 자리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지도자들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청된다는 엄연한 사실이 사회 전반에 걸쳐 중론의 일치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입니다. 이를 먼저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총리 인준을 위한 청문회와 결과적으로 연거푸 국회의 인준 부결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상심한 것이 무 엇보다 아픈 경험이었습니다. 대학 총장을 지낸 이와 신문사 사장을 지낸 이들에게서 드러난 문제들 가운데 탈법 또는 위법 의혹도 그렇거니와 이들 의혹에 대한 해명과 답변에 나타난 당사자들의 태도와 그 밑에 깔려 있는 가치관이 오히려 더 큰 실망을 많은 사람에게 안겨 준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청문회 위원들로서 질의에 나선 국회의원들이나 인준 표결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논리와 태도에서는 국가와 국민들에 대한 소홀함이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자칫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이른바 사회 지도층에 대한 냉소나 무관심으로 시민 사회에 만연될까 적이 염려가 되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이 있었다면 270억 원의 큰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최근에 명예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강태원 선생 같은 분들의 아름다운 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도자를 성현 군자로 보자는 것은 아니라도 나눔의 진실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의 귀감은 청문회 정국의 궂은 경험과는 명백한 대조를 이룹니다. 총리 지명자 또는 후보가 최소한의 나눔을 실천하려는 자세로 평생을 살았더라면 그리도 많은 항목의 의혹이 어떻게 불거질 수 있었겠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성서의 말씀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이 땅의 모든 지도자로 자처하는 이들이 곱씹으며 되새겨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되어 여기에 옮겨 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그 목자들을 쳐서 예언하여라. 나 주 하나님이 이렇게 말한다. 자기 자신만을 돌보는 목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 목자들이란 양떼를 먹이는 사람들이 아니냐? 그런데 너희는 살진 양을 잡아 기름진 것을 먹고, 양털로 옷을 해 입기는 하면서도, 양떼를 먹이지는 않았다. 너희는 약한 양들을 튼튼하게 키워주지 않았으며, 병든 것을 고쳐주지 않았으며, 다리가 부러지고 상한 것을 싸매어 주지 않았으며, 흩어진 것을 모으지 않았으며, 잃어버린 것을 찾지 않았다. 오히려 너희는 양떼를 강압과 폭력으로 다스렸다. 목자가 없기 때문에, 양떼가 흩어져서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내 양떼가 모든 산과 모든 높은 언덕에서 헤매고, 세계 각처에까지 흩어지게 되었는데도, 그 양떼를 찾으려고 물어보는 목자가 하나도 없었다.” 통치의 개념이 목민의 개념으로 바뀌고 마침내 섬김의 개념으로 바뀐 것이 이미 2000년 전의 성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는 권력 정치를 상대화시켜 가르치면서 누구든지 다스리려고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섬김의 삶은 자기 희생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역설하였습니다. 오늘 날 지도층 인사들이 아니라도 공동선을 위하여 시민 운동이나 사회 운동 또는 공동체 운동을 하는 이들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특히 권력에 상관없이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경향을 생각해서라도 대통령이나 총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물론이요, 국회의원들이나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각계의 지도자들은 이제 도덕성의 잣대 이상으로 나눔과 섬김의 실천이란 잣대로 평가되는 경향이 뚜렷이 자리잡아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공동선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나눔과 섬김의 실천에 대한 의지만이 이기심과 물질주의와 무한경쟁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살만한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바탕이 될 것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목자가 양떼를 돌보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은 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