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9-11 / 2021

 

 

 

 

 

 

 

 

 

 

 

 

  공동체 만들기

 

대안교육, 의미 부여 교육

 

 

 

 

 

 

 

 

 

 

 





남 윤 미


상담심리사,
전 은여울중학교교사
nym306@hanmail.net






 


나는 평소에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고 교육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눈앞에서 학교를 떠나려는 학생들을 학교에 남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니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들의 속사정을 듣게 되고, 그 속사정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알리며 학교를 떠나는 위기에서 건져내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이 일이 사명처럼 따라붙은 사람이다.

한때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을 하고 청소년 상담실에서 상담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학교 밖에서 학교 밖 아이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그들이 겪어야 했던 어둡고, 상처투성이인 경험들을 접하면서 이 아이들에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들 중에는 폭력조직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조직에 다시 잡혀 들어가 죽음 직전의 공포를 느끼며 전화로 연결되었던 고등학교 자퇴생도 있었고, 성폭행으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정신적 혼란을 겪는 여중생도 있었고, 부모 이혼으로 육아원에 맡겨져 매를 맞아가며 언니, 오빠들에게 도벽을 배워야 했던 아이도 있었다.

본인이 원해서든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이 몸담게 되었든 폭력조직에 속하게 되어 조직의 지시를 따르며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아이들, 그러면서도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손 내밀며 잡아달라고 애처롭게 매달리던 아이들을 포함하여 학교를 떠나 상상 이상의 비참한 삶을 살아가며 살려달라 손 내미는 아이들과의 만남은 나를 새로운 교육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했다.

3년 반의 투병 생활을 마치고 다시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학교로 돌아온 후 학교를 떠나려는 아이들을 학교 안에서 만났을 때, 나는 그들이 어디를 향해 가려는 것인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또 잡았다. 그렇게 이 아이들을 학교에 남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돌리며 지내던 나에게 뜻밖의 일이 생겼다.

대안교육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었던 내가 했던 활동들이 교육계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위기 학생들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WEE 프로젝트’가 가동되었고, 나는 대안교육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때부터 대안교육 관련 연수도 받고, 연구에도 참여하면서 대안교육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던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분들이 사람 살리는 대안교육을 곳곳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줄도 그때 알게 되었다. 공부하면 할수록 대안교육의 매력에 풍덩 빠졌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중 공립대안학교인 은여울중학교 개교 업무 TF팀에서 개교준비를 하게 되었다. TF팀에서는 아무리 잘 준비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해더라도 그걸 활용할 선생님들이 마음을 함께 해야만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래서 대안교육에 뜻을 둔 선생님들을 모아 연구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충북 내의 학교들에서 대안의 뜻을 같이 한 선생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자리를 꽉 채워 준 선생님들이 감동을 주었고, 눈오고 비오는 날에는 열 명도 채 되지 않지만 그래도 열정을 가지고 찾아온 몇 몇의 선생님들이 가슴 뭉클하게 해주면서 모임은 이어졌다. 그 자리에 모인 선생님들은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배우러 온 선생님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함께 성장하며 감동과 감사와 감격의 경험들을 나누어준 사랑의 공동체였다. 또한 그 시간들은 위기의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한 대안교육의 초석을 다져가는 시간이었다.

눈이 많이 오던 날, 충북대안교육연구회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주기 위해 동료 선생님과 함께 복잡한 시내 거리를 뱅뱅 돌던 날이 있었다. 차들이 엉켜 있어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애를 태우던 그 날, 마치 아기 새들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는 어미 새의 심정으로 이 시간들을 준비해 왔던 날들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다. 특별한 무엇을 제공하였다기보다는 그렇게 아이들을 살리고 싶은 함께의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들이었다.

과연 대안교육은 무엇일까? 위기의 아이들을 살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민을 거듭하며 시작된 충북대안교육연구회는 해를 거듭하면서 그 규모가 커지고, 충북대안교육의 방향을 잡아가는 역할을 하며, 지금도 역동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느 날 지인이 아리랑의 의미를 아느냐고 물었다. 평소에 흥얼거리며 부르기는 했어도 막상 그 의미를 물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겨 “도대체 아리랑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나요?” 하고 물었다. 그래서 듣게 된 아리랑의 의미는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다음이 ‘아리랑’의 의미이다.

‘아 我는 참된 나 眞我를 의미하고,
리 理는 알다, 다스리다, 통하다는 뜻이며,
랑 朗은 즐겁다, 밝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리랑 我理朗은
참된 나 眞我를 찾는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많이 불러온 아리랑에 이런 깊은 의미가 들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대안교육은 의미를 부여하는 교육이라 생각한다. 아리랑을 그저 ‘한 맺힌 민족의 노래’라고 생각하며 부를 때와 ‘참된 나를 찾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부를 때가 사뭇 다르듯, 우리 아이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들의 배움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들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동감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안교육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 시절, 수련회에 참여하였다가 강사 목사님의 ‘누가 이 땅의 청소년들을 위해 일을 할 것인가?’ 물으며 결심이 서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갔던 나는 목사님의 손을 얹으며 해주시는 기도를 받았다. 그리고 나의 입에서는 그 후로 계속 ‘이 땅의 청소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가 나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기도는 그저 습관적인 기도가 되었다. 위기 아이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지내던 어느 날 문득 계속 이 기도를 드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아, 하나님이 이렇게 기도하게 하시고, 이루어가게 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의 의미는 위기 아이들의 삶의 의미로 그렇게 이어져 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삶을 포기하려 하고 있고, 학교를 떠나려 하고 있고, 자기 마음을 어쩌지 못해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의미 없는 시간들을 채워가고 있다. 이러한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이들을 살릴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이들의 삶도 ‘참된 나를 찾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인생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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