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말썽쟁이가 있었습니다. 엄마도 바쁘고 아빠도 바빠서 아이도 바빴습니다. 그 아이 때문에 담임선생님도 바쁘고, 주변 엄마들도 바빴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먹고 사느라 바빴고 아이는 말썽을 부려서 이리저리 치이느라 바빴습니다. 이 아이가 다른 아이와 싸워서, 다른 아이가 집에 가서 일러서 중재하느라 담임선생님은 바빴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도 반복적으로 이 아이 때문에 선도위원회도 열린다하여 학교 일을 보는 어머니 위원도 바빴습니다.

중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중학교 3학년 아이가 동급생을 때렸다고 강제전학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피해자의 엄마가 우리 아이랑 같은 학교에 못 다니게 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주장한다고 하였습니다. 정작 피해자인 학생은 폭행사건이후 가해자가 자신을 피해 다니고 다른 보복행동은 없다며 같은 학교 다녀도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꽤 오랫동안 청소년들과 그 부모 상담을 해왔습니다. 청소년의 문제행동이나 고민거리는 부모님과 가까운 어른이 함께 나서면 해결이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부모님도 만나게 됩니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이라도 부모님이 개입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부모님이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에 따라 그 아이가 친구들과 지내는 기본개념도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의 집 바깥에서의 생활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부모님을 만나보면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가정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보고 놀라게 됩니다. 자신의 직업 활동엔 매우 열심이고 성취욕도 큰데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 지에 대해서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에 대해 거의 모릅니다. 담임선생님이나 주변의 다른 엄마들이 조언을 해주어도 막무가내입니다. 이런 엄마들이 제게 오면 표준화된 심리검사들을 먼저 하여 평가결과를 갖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의 현 상태, 아이가 바라는 것들을 함께 이야기하면 마음 문을 조금씩 엽니다. 그런데 적잖이 놀라운 사실은 부모님도 어떻게 아이를 길러야 잘 기르는 것인지 몰라서 그냥 자신이 아는 대로만 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하는 사람들은 모두 부모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모교육을 강조하고 강의도 합니다.

부모교육에 대해 강의하면서 일군의 엄마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선도위원회가 열리거나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리면 피해자 엄마들은 가해자를 꼴 보기 싫다고, 무섭다고 다른 학교로 강제전학을 시키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위원회에서 여러 해 동안 대책위원회 학부모위원으로 참여해본 엄마들 말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도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나 그 아이를 잘 이끌지 못하는 부모 모두를 다른 학교로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는데,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다른 학부모 입장에선 문제아이가 전학을 가도 결국은 ‘우리 동네 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청소년 문제의 특성상 가해자 입장이 된 아이도 피해자였던 적이 있고, 피해자였던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들이 나섰습니다. 우리 아이 뿐 아니라 이웃의 말썽쟁이도 다 우리 동네 아이이고, 동네에서 계속 같이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폭탄 돌리기’를 하지 말고, 우리가 말썽쟁이를 도울 수 있도록 알려달라고 합니다.

저는 이런 엄마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내 아이, 남의 아이까지 함께 생각하며 쫓아내기보다는 함께 끌어안고 ‘고쳐 나가보자’는 노력은, 제가 일하고 있는 강북구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확산시켜보면 좋을, 작지만 큰 울림이 될 것 같아서 입니다. 나와 뜻이 같지 않은 사람도 배척하기 보다는 서로의 차이점을 알고 서로 존중하며 고칠 것은 없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상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버리고 자꾸 버리면 종국에는 나도 버려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저는 참 많은 복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했으나 부족하고 실수투성이였던 저를 배척하지 않고 감싸주었던 사람들처럼 2019년에는 제가 더 많이 감싸고 끌어안고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썽쟁이가 내일엔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오래도록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