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2016년 한 해 야심차게 시작했고 달려왔던 일을 마무리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 일에 대한 경험도 적잖게 있었고, 함께 하는 여러 단체들, 사람들도 있어서 평상시(?)처럼 하면 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치르면서 보니 크고 작은 실수들이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 잘못이라고 탓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다 제 탓이었습니다. 떠들썩한 행사를 마치고 사람들은 커다란 일을 치러냈다고 후련해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갔으나 저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참 좋은 뜻을 갖고 죽을힘을 다해 자원봉사로 일을 했는데, 제 불찰로 썩 맘에 들지 않는 행사가 되었다는 자괴감이 무척 컸습니다.

우울해진 저는 친구에게 하소연했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일을 너무 많이 한 것은 아닌가...감당하지 못하면서 들어오는 일 다 받아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제 주변사람들은 저를 도와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서 일하다가 힘들고 벅차서 그러는 것 같다, 그것도 무능한 것이다... 그 친구가 저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하나님께 물어봤어요? 하나님이 그러래요? 하나님이 네가 능력자니 이러 저러한 일을 하여라~ 하셨나요? 하나님은 그냥 ‘사랑해라~’라는 말씀밖에 안주셨는데 혼자서 ‘사랑’이 아닌 ‘일’을 하다가 지친 것은 아닌가요?

친구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학교를 그만둘 처지이거나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지자체에서 위탁받아 수행했습니다.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함께 참여했고 저는 그 단체들의 대표를 맡았습니다. 단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학교들, 기관들과 서로 협력하면서 전체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녹녹치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마음을 자주 바꾸었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열개 단체의 의견을 조율하며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과정에서 마음 상하는 일도 있었고 고마운 사람들, 존경할 만한 사람들도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모든 과정이 하나님께서 제게 맡겨준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이 제 생각대로 ‘아름답게’ ‘잘’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어볼 것도 없이 제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울했고 슬펐습니다.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저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 그냥 ‘일’을 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제 앞길을 열어주실 때, ‘사랑하여라, 서로 사랑하여라’고 하셨는데 저는 제 능력을 높이 사서 ‘마음껏 네 능력을 펼쳐라~’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한 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새로운 결심을 하고 더 나은 결실을 얻기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뛰어난 능력자여서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결심도, 더 나은 결실도 딱 한 가지, ‘사랑’이 빠지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새해에는 ‘일’ 하지 맙시다. 그냥 ‘사랑’ 합시다. 그럼, 우리의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입니다.

믿음으로 저를 이끌어주는 사랑하는 친구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