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에 개봉하여 흥행하였던 영화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이후에 시작되는 의문사들과 기이한 소문들이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로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였습니다. 주인공의 딸이 절규하면서 부르짖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중헌지도 모름서!”라는 대사가 늘 뇌리에 맴돌고 있었습니다.

악이 역사하는 것은 ‘곡성’에서처럼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작용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곳과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악은 유혹하고 미끼를 던지며 역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범죄하고 타락한 후 낙원에서 쫓겨나서 악이 횡행하는 땅에서 살아가는, 즉 에덴의 동쪽에 살았던 카인의 후예들이 살아가는 곳에는 악에게 노출되어 있으며 미혹당하고 공격당하는 삶입니다.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여도 그 이면에는 악이 도사리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미스터리하게 사람에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영적인 실상의 모습입니다. 영적으로 무지한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것이 미스터리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모르니까 당황할 수밖에 없고, 두려울 수밖에 없고, 미스터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적인 분별력이 있다면 우리는 믿음으로 담대할 수 있으며,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악한 영들도 쫓아 낼 수도 있고, 영적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참된 평화와 은혜를 누리며 의미 있고 보람된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오는 주일 말씀을 준비하면서 옛적 예레미야 선지자가 바벨론으로 잡혀간 포로들에게 권면한 내용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뭣이 중헌디?”를 떠올렸습니다. 렘 29:4-7절 말씀은 포로로 잡혀간 유다 백성에게 “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고 그 열매를 먹고 살아라. 그리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며 번성하며 살아라” 그리고 “그 땅 바벨론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해라” 라는 요지의 말씀입니다.

이런 말은 민족 반역자나 친일 매국노들과 우리를 억압했던 일제와 흑인 노예를 착취했던 백인들이나 독재정권에서 사용했던 상투적인 말입니다. 지금 현실은 고단하여도 내세를 믿도록 강조하면서 ‘정교분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였습니다. 이들은 교회 밖의 현실참여는 억제하고 내세신앙을 강조하였습니다.

오늘 본문말씀도 전후의 문맥과 하나님의 섭리를 알지 못하면 세상 속에서 알아서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약자의 처세술’ 정도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나라가 망해도 상관없고, 민족의 정체성이 흔들려도 상관없고, 오직 나의 안위만 구하라고 성경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또한 옛날 초한지에 나오는 한신장군이 불량배들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이야기(수과하욕:受袴下辱)같은 대의를 위해서 자존심도 버리고 야망을 펼치기 위한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서 수치를 참아야 된다는 가르침도 아닙니다.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여야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바르게 사는 것입니까? 정말 이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역사하심을 바르게 인식하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히브리 노예들은 “너희 하나님이 살아 계시면 너희 나라가 망했겠느냐?”라는 조롱도 묵묵히 참아내면서 인고의 세월을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보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성경에 나오는 에스겔과 다니엘 그리고 그의 세 친구들입니다. 마침내 하나님이 주신 것은 재앙이 아니라 평안이며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며, 70년이 차면 하나님께서는 다시 회복시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을 믿은 사람들입니다(렘 29:10-14). 그들은 바벨론의 평화를 깨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하나님을 향한 신앙에서 배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절박하고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약속하심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뭣이 중헌디”라고 절규하는 소녀의 말처럼 정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질문하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삶의 자리는 여러 문제들이 끊임없이 서로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 분별하면서, 어떤 부조리한 상황일지라도 평화를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자녀로 굳건한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삶에서부터 자신도 교회도 더욱 성숙해지며 나아가서 국가와 사회에 평화의 씨앗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