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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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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YMCA볍씨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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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씨에선 작년부터 졸업반 아이들이 4개월 남짓 광명을 떠나 다른 지역의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교육과정을 진행해왔습니다. 아이들이 삶의 주체로 당당히서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부모님과 볍씨학교의 울타리로부터 벗어나 살아보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동안에는 ‘내 삶에서 지속가능한 생태적 생활을 실천하기’ ‘정서적 독립과 자기중심 세우기’ ‘이야기를 통해 배움을 내면화하고 자기 성찰을 깊이 있게 해나가기’ ‘노동과 배움과 놀이와 쉼이 조화로운 생활을 스스로 설계하고 실현하기’ ‘다양한 삶의 롤모델과 만나기’ ‘세상 속에서 일하며 배우기’와 같은 것들이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우린 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제주로 떠났었습니다. 일단 우린 시작부터 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맨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우리가 살 집을 단장하기. 지난 몇 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집이라 이것저것 손 볼 것이 많았거든요. 집 안의 벽지를 다 뜯어내고 페인트칠 하고 구석구석 곰팡이를 제거하고 버릴 것들을 내놓고 쓸모 있는 것들을 재배치하고 설거지하고, 들어가 지낼 수 있게 집을 대충 정리하는 데에만 꼬박 5일이 걸렸습니다. 또 우리들의 양식이 되어줄 김치-무김치, 파김치, 갓김치-를 몇 독 담가두고, 넓디넓은 밭에 씨감자와 채소 씨앗을 심는 데에 또 며칠이 흘러갔습니다. 4월부턴 마을 어르신 한 분과 함께 흙돌집 짓기에 도전, 날마다 4시간 정도 일을 했습니다. 벽체가 되어줄 돌을 나르고, 삽질하고, 단단히 굳은 흙을 물 부어 이기고. 꽤나 힘든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만만치 않았던 건 ‘같이 살기’였습니다. 제주에 들어가서 달포를 넘기기까지, 우리는 하루 24시간 중 거의 모든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무언가를 하며 지냈습니다. 같이 운동하고, 같이 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어디 가고, 같이 쉬고, 같이 잠자고. 아마 식구들하고도 이만큼 긴 기간 동안 이렇게 꼭 붙어 지내본 적이 없을 거예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함께 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었던 것. 그런데, 그러다 보니 눈에 걸리는 것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만났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 패턴 속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었을 것들이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고, 학교 안에서만 만날 때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을 심각하게 보게도 되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반찬만 쏙쏙 골라먹는 것이 얄밉고, 요리를 한답시고 도마며 볼이며 칼같은 온갖 요리 도구들을 어지럽게 펼쳐두고는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는 것 때문에 짜증나고, 높은 톤과 강한 어조로 계속 되는 말투를 못 참겠고, 뭔가 속이 상한 것 같은데 뚱한 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답답하고. 속전속결을 좋아하는 우리 반의 한 녀석은 온 지 3일 만에 이렇게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저 집으로 돌아갈래요. 도저히 안 되겠어요. 너무 불편해요” 우리가 이때부터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밤늦도록 나누었을지 상상이 되시지요? 내가 실은 무엇 때문에 힘든 것인지, 내가 무얼 원하는지, 너와 어떤 관계이기를 바라는지, 그래서 결국 나는 어떻게 성장하고 싶고 이곳에서 어떤 것을 도전해보고 싶은지. 그리고 이 이야기 이후로도 우리는 저녁을 먹고 7시 30분 정도 되면 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날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함께 헤쳐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기에, 이야기거리는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4개월을 살고 돌아온 아이들. 볍씨 식구들을 초대한 보고회에서 ‘제주도 가기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나.’란 어른들의 질문에 첫 대답은- “아무래도 우리들 관계가 달라졌죠.”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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