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들어서는 지금, 우리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 앞뜰에는 패랭이꽃과 수국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그리고 뒤뜰, 조그만 텃밭에 고추와 가지, 오이, 방울토마토, 상치를 심어 놓고 아침저녁으로 드나들며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며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고추에는 하얀 꽃이 피고, 오이에도, 방울토마토에도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이처럼 바깥뜰에는 꽃들과 나무, 야채들이 꽃을 피우고 안채에는 사람 꽃을 피워내느라 한창입니다. 꽃다운 나이 열여섯, 열일곱의 나이에 거리에서 살아내느라, 자신들이 예쁜 꽃이었다는 것을 잊고 살던 우리 딸들에게 저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었음을 알려주는 게지요.

처음 새날에 들어올 때는 시든 꽃처럼 힘이 없거나 자신이 꽃인지도 모른 채 들어오면, 우리 선생님들은 시든 꽃을 일으켜 세우고, 그 꽃의 버팀목이 되어 다시 물을 주고 양분을 주기위해 저마다 노력하는 모습을 소개해 볼까합니다.

먼저 우리 실장님은 아버지처럼 엄하나 가슴이 따뜻한 분이지요. 그래서 우리 친구들에게 호랑이로 통하지요. 그리고 삶의 기준이 되어주기도 하지요. 악역을 맡는다는 것은 때로는 외롭고, 마음 불편한 역할이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듯이 중요하지요.

이제 새날에 오신지 7개월 되신 황현숙 목사님, “이 공간에 함께 하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왔을 때 그 상황의 아이들을 이해하는 너그러움, 상대를 수용하는 너그러움에 대해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너그러움’이라는 단어는 나를 더 성숙시켜나간다”고 말씀하십니다. 단 한 번도 큰소리내지 않으면서, 그리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새날의 멋진 정원사이십니다!

27살 젊은 언니 박민아 선생님은 친구들에게서 감사를 발견하는 정원사입니다.

* 오늘 소녀들에게 감사한 일

꿀꿀이 : 짜증난다는 말 대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 많이 한 것.
석양 : 저녁준비 대신해 준 것.
주O이 : 새로 입소한 언니가 화장실 갔다가 변기가 막혀 당황하고 있을 때 용감하게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를 뚫어준 일!!(참 대단하다.)
이슬 : 미용알바 끝나고 바로 ~~ 일찍 집에 들어온 것 ^^
상전님 : 알바만 하지 않고 알바와 공부를 겸하기로 결심한 것!
부산아가씨 : 전화연락 드디어 닿은 것!!! 고맙다. 제발 어서 무사히 돌아와라 ~ ^^

늘푸른자립학교에서 클라리넷을 가르쳐 주시는 김선오 목사님은 “악보란 인생과 같다. 악보의 한 마디 안에서만도 인생을 음미해볼 수 있다. 어떤 때는 4박자나 8박자를 온전히 쉬지 않고 불어서 제 몫을 충분해 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반박자처럼 곁눈질할 겨를 없이 쉴새 없이 빨리빨리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4박자나 아예 몇 마디를 쉬다가 때가 되면 악기를 불어주어야 하는 것처럼, 인생에도 쉴 때는 쉬면서 충전 받다가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자기 사명을 충실히 감당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라고 하시며 음악을 통해서 우리 꽃들을 피워내시는 정원사입니다.

이러한 돌봄을 받고 꽃망울을 맺고 있는 소영이(19세, 가명)의 고백입니다. “내가 새날에서 살고 싶은 이유는 새날에서 함께 사는 모든 식구들이 사랑으로 보듬어 주고 감싸주는 것에 감동해서다. 이 감동이 다른 식구들도 다른 곳에 안 가고 계속 새날에서 살게 하는 것 같다. 난 처음에는 새날에 사는 것이 재미있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생각은 점점 변해져만 갔다. 새날에서 사는 내내 하루하루가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새날의 의미는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병원, 그리고 우리들의 안식처, 그리고 지상천국이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 드나드는 4명의 선배들이 있답니다. 이미 결혼해서 딸이 있는 언니도 있고, 사이버 대학에서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언니들은 우리 새날의 열매들이지요.

꽃을 피우도록 도와주었더니 열매를 맺어 자신들의 지난날처럼, 거리에서 PC방에서 방황하는 동생들을 상담해주기 위해 일주일에 4일을 새날로 출근하면서 사이버또래상담실의 또래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인터넷상의 또래들과의 상담을 어찌나 잘하는지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6월이 되니 집집이 담장마다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그 꽃은 그냥 피어난 것이 아니라,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뿌리에서 줄기, 실가지까지 온 힘을 다해 밀어 올려 이루어 낸 일입니다. 그렇게 여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새날은 선생님들이 또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주고,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감히 부모가 되어주고 언니가 되어줌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