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을 했다고 엄마가 주신 돈, 무얼 할까요? 사탕 살까요? 과자 살까요? 아니 아니 아니죠, 저금해야죠.’ 어린 시절 한번쯤 불러보았을 노랫말이다. 아이가 착한 일을 한 대가로 받은 돈으로 간식을 사먹는 대신 저축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내용이다. 우리는 대부분 ‘착한 사람’을 선호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착하다’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어진 것’이다. 흔히 “그 사람은 너무 착해서 법 없어도 살아. 지금 고생해도 나중에 복받을 거야.” 라고 말한다. 요즘 ‘착하다’는 뜻이 확장되었는지(?) 상점에 쌓인 물건 앞에 ‘착한 가격’이란 팻말도 눈에 띈다. 품질 좋고 값이 싸다고 고객을 유혹하는 것이다. 심지어 날씬한 사람에게 ‘착한 몸매’를 가졌다고 한다.

과연 ‘착하다’는 좋기만 한 것일까? 이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도 있다. “그 사람은 너무 착해빠져서 답답해.” “착한 며느리가 악처만 못해요.” 소아 정신질환 중에 ‘착한아이 증후군’ The Good Child Syndrome이 있다. 남한테 ‘착하다’는 평가를 받고자 자기 욕구를 무조건 강제로 억누르는 증상이다. 엄격하거나 칭찬에 유난히 인색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런 아이는 매사에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자기의 행동을 조절한다. 누가 무슨 부탁을 하면 마음이 약해서 거절하지 못한다. 이런 자신을 고쳐보려고 전화기에 "Say No!" 라고 쓴 스티커를 붙여 놓고 거절 훈련을(?)해본 사람도 있다. “착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 중에는 긍정과 부정의 경계선에 양다리를 걸쳐놓고 제자리걸음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을 믿지 못하고,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연민과 호감은 갈 수 있을지 몰라도 100% 그를 신뢰하기 어렵다. 그런데 모든 사람을 위한 착한 행동의 이면에 세월과 함께 주체할 수 없는 적개심과 분노가 무의식 속에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 바로 문제이다.

내 자녀를 예의바른 모범생으로 키운답시고 ‘착한 아이 증후군’으로 몰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평생 ‘착한 사람’이란 꼬리표를 달고 성인이 되었어도 여전히 가족, 직장 상사, 동료,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긴장과 강박증에 시달리며 힘겹게 사는가? ‘친절한 금자씨’의 훌륭한 매너와 배려의 숨은 동기는 무엇일까? 어쩌면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한 깜찍한 생존전략과 위장된 자기기만은 아닐까? 우리가 남을 도울 때 진정 상대방이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 편하려는 이기적 욕구인지 혹은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한 과시욕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자기 생각이 옳다고 고집하며 살아간다. 겉으로 착해 보이는 사람의 맘속에 깃든 두려움, 불안, 그리고 인정의 욕구는 교만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삶 속에서 생기는 근심 걱정의 분량으로 신앙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강도 만난 사람을 구하고 떠난 선한 사마리아인의 멋진 용기와 책임감은 옹색한 나의 신앙생활을 부끄럽게 만든다. 좋은 글을 쓰려면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지 말라’는 충고가 있다. 남에게 무조건 착한 친절맨이 되기 전에 나의 소중한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나답게 살 권리가 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온전하게 되기를 힘쓰며 뜻을 같이 하여 평화롭게 사십시오. 사랑과 평화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셔주실 것입니다.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주시는 친교를 여러분 모두가 누리시기를 빕니다. 아멘.” (고린도 후서 13:13)

긴장을 풀고 몸을 물 위에 던지면 뜨듯이 나와 공동체의 삶을 온전히 그 분께 맡기고 싶다. 2월, 존재의 근원과 대화를 나누고, 은총을 체험하기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