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끌어안고
나를 감싸는 하나님.
내가 말하고, 생각하고, 바라보고, 희망하는데 계시는 하나님.
나의 생명에, 입술에, 영혼에, 나의 마음에 계시는 하나님.
나의 풍족함 안에 계시며, 내가 선잠 자는데 계시는 하나님.
나의 영 가운데 계신 하나님,
나의 영원성 안에 계신 하나님.

만유 안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듣기를 간절히 원하였던 카르미나 가델리카. 스코틀랜드 고대민족의 기도에서 그리스도는 우리들을 돌보시는 ‘부드러움의 왕’으로 불리운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에, 온 땅과 그 위의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 우주 전체의 주인이신 그 분의 품이 더욱 그리워진다.

모든 일상이 복잡한 관계로 얽혀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음성을 듣고, 이미지로 듣고 행하는데 온 맘을 다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고 코이노니아를 이루어 보겠다고 종종걸음을 걷는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서야 창조의 중심에 계신 하나님의 현존을 느끼고 싶어 몸부림을 친다.

하나님께서 나의 모든 것의 첫 번째 이기가 너무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피나는 노력으로 하나님을 만날 때마다 나에게 평화의 시간을 좀 더 길게 허락하신다. 그리고 발걸음마다 “하나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자문의 여유도 주신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하고 기다려준 것처럼 우리도 그들을 그렇게 사랑하며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라며 그리스도의 관점을 알려 주신다.

요즈음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의 신앙을 되돌아보고 있다. 성공회에서 시작한 나의 신앙은 다솜학교 봉사에 참여하면서 그리스도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즈음 공동체 성서연구에서 사도행전 2장 42절 초대교회의 성도들의 교제를 읽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그리고 이것이 기독교 복음을 실천하며 사는 진정한 기독교임을 깨닫게 되었다. 초대교회의 영성적 삶은 기독교의 그 어느 논리보다도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그 삶에 동참하고 싶을 만큼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공동체 안에서 코이노니아를 이루며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고 아주 쉽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고난의 터널을 길고 길게 지나가고, 관계 안에서 온갖 감정이 뒤죽박죽된 경험을 하고서야 내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해 진정한 예수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몇 년 동안 공동체 안에서의 교제는 제자리걸음이다. 더 깊은 교제가 이루어지는 듯했지만 자유롭지 못하고 언제부터인지 허전함이 존재하였다. 처음에는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나는 잘하고 있다고 확신하였다. 공동체 안에서 모두 자신의 관점에 묶여 코이노니아를 이루려고 노력하였기에 같은 이야기이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관점의 코이노니아를 바랐었기에 결국 남을 가르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에니어그램수련을 통하여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더 깊은 코이노니아를 이루는 듯 보였다. 그러나 수련의 햇수가 지나 갈수록 남을 이해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나의 관점의 한계 안에서 남을 분석하기에 온전히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기독교인으로서 답답함을 고독과 침묵 그리고 기다림과 기도로 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모든 문제가 성령이신 하나님을 만나면서 쉽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분의 사랑을 충분하게 느끼고서야 나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에서 벗어난 그리스도의 관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도의 코이노니아를 이루기 위해서 단순하게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이전에 내 안에 가두어 둔 하나님이 아닌 참 하나님을 먼저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 사랑을 느낀 사람만이 그리스도가 자신의 삶에 최고의 가치가 되고,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날마다 그리스도를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속에 진정한 그리스도의 코이노니아가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