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예쁠 수 있을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을 매일 몸소 체험하는 듯하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우리 아들 성훈이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너무 신비롭고 행복하다. 아마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거라 짐작한다.

성훈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누워만 있을 때는 언제 혼자 뒤집을까, 언제 혼자 앉을 수 있을까, 언제 혼자 설 수 있을까…… 욕심 많은 이 엄마를 그렇게도 줄줄이 애타게 하더니 두 달 전 어느 날부터 갑자기 혼자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걷기 시작하면 못 걷던 때가 그리울 것’이라던 주변의 선배엄마들 얘기가 실감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어디서 찾았는지 무언가를 입에 넣고 있고, 엄마가 아끼는 크림을 어떻게 경대에서 내렸는지, 뚜껑은 또 어떻게 열었는지 움푹 퍼다가 손바닥으로 바닥에 바르면서 해맑게 웃고 있다. 이것뿐이랴. 샤워하고 나오면 발가벗고 옷을 안 입으려고 도망 다니고, 기저귀를 갈고자 할 땐 정신 팔 수 있도록 미리 손에 흥미로운 무언가를 쥐어주지 않으면 우리만의 미니 mini-전쟁을 치뤄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그날, 그때, 그 상황마다 다르다. 가끔은 아이에게 친구가 되어줘야 하고, 가끔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무서운 호랑이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고……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 multi- player가 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매일이 새롭고, 두렵기도 하고,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 과정을 겪은 지 이제 17개월. 요즘 들어 나에게 생긴 변화는 하나님과 대화하는 패턴이다. 어느 책에서 말했듯이 30대는 사회생활에 있어 아직 유치원생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하루하루가 변화무쌍에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최근에 하나님과의 대화가 매우 잦아졌음을 느낀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아주 좋은 변화구나! 좋은 일이구나!” 칭찬을 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그 대화가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대화는 아니라는 것. 아니, 대화라고 하기 보다는 내가 일방적으로 하나님께 투정부리고, 화내고, 짜증내고, 그런 일들이 감사할 때보다 더 많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뭘 믿고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고, 하나님께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에 더 자신이 붙어서 그런 걸까? 아님 뭐지? 근데 재미있는 것은 내가 믿는 ‘그 어느 무엇’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하나님께 늘 감사만 하지 않아도, ‘나 잘했죠?’ 라는 확인을 받지 않아도 하나님이 날 무척이나 사랑하신다는 것을 이제서야 진심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우리 성훈이를 사랑하듯이, 언제 봐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듯이, 하나님도 하나님의 자식인 나를 사랑하심을 성훈이를 통해 느꼈고 또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잦아졌다. 몸이 힘들 때도 있고, 마음이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괜히 더 하나님께 화가 났다. ‘왜 저만 이렇게 힘들게 하시나요? 제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 못 했죠?’ 이런 질문들을 머릿속에서 되새기면서 괜히 더 힘들어했다. 여느 보통 날,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하고 있을 때였는데, 성훈이가 옆에서 잘 놀다가 갑자기 탁 엎어져서 ‘으앙’ 소리치며 울었다. 아이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지만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그런 울음 말이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어릴 적부터 강하게 키워야 한답시고, “성훈이! 혼자 일어서세요! 혼자 일어설 수 있어요!”라고 내가 말하고 있었던 것. 이제 태어난 지 1년 반도 안 된 아이에게는 그 일이 정말 큰일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아팠을 수도 있고, 아직은 혼자 힘으로 일어서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때에도 우리 성훈이가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몇 분 후 실제로 혼자 일어섰다. 설령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다시 넘어진다고 한 들 나는 또 똑같이 믿을 거다. 믿음이 있으니까.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자식이니까 말이다. 이 경험이 우리 성훈이를 더욱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줄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벌떡 일으켜 세워주기 보다는 옆에서 더욱 크게 응원해 주는 것이 최선임을 확인했다. 그것이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 즉 하나님의 우리 모두를 향한 마음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