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때 기뻐한다. 그러나 어릴 때 인정을 못 받고 자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일 때에도 자기 스스로 먼저 자랑을 하면서 자기를 인정해 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자기 자신도 꽉 찬 느낌의 감정을 느낌을 느끼지도 못 할 뿐더러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며칠 전에 생긴 일로 행복을 맛보았기 때문에 그 일을 나누고 싶어졌다.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20일간 지내다가 돌아갔다. 그 일행 중에는 일본 여자 친구도 끼어 있었고 또 한 친구는 일본 남자와 결혼하여 40 여년을 살아오고 있다. 70여세까지 살면서 그동안 한국방문도 여러 번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보낸 감사의 편지 속에서 이번에는 특별한 여행이었다는 말을 하였다.

아내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그것도 일본인이 한국에 방문한다는 것이 크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오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동안 우리 공동체에 여러 번 다녀간 아내의 권유를 받아 들였단다. 서울에 도착한 그의 태도에서 나는 정체성의 애매모호함을 보았다.

처갓집 식구들과 다니며 자기가 주도할 수도 없고, 그들을 맞이하는 우리들도 한국 사람들이고 보니 여행을 하면서 뒷줄에서 그냥 줄줄 따라 다녀야만 하는, 그러다가 잘못하면 별로 재미없는 여행이 되겠구나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얼른 그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당신은 한국의 사위입니다 you are a sun in row of KOREA”라고. 그랬더니 그들 모두에게 환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무슨 보석을 찾은 것 같은 표정이 드리워졌었다. ‘그렇지, 내가 한국의 사위로서 지내야지...’

그 후로 나는 자주 그에게 사랑을 표현했었다. 왜냐하면 나는 일본을 용서한 사람으로서 일본사람을 사랑할 마음을 하늘로부터 받은 것 같다. 한국음식인 매운탕이나 된장찌개를 먹게 해주고, 일본식 단팥죽이나 회도 대접하였다. 한국 기와집이 있는 강원도 산골에도 같이 가서 감이 흐드러지게 달려있는 모습도 보고 동해안의 시퍼런 코발트색 바다도 보여주었다. 덕구온천에 가서 물 안마도 하며 수영복을 입고 밖에서 물장난을 하기도 하였다.

성북동에 있는 한국 가구박물관에 가서 한국 가구의 아름다움에 놀라는 그들을 보며 나 혼자 행복해 하기도 하였다. 북한산 밑에서 천막 카페를 열고 있는 친구네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알피니스트인 그의 히말라야 산행의 사진을 보며 한국 사람들의 맹활약 상을 보며 즐거워하기도 하였다.

우리 공동체 식구들은 이런 여행을 같이 하면서 외국에서 온 이들을 내 식구처럼 대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었다. 그랬더니 끝내는 그들이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어 “내가 뒤쳐지지 않게 하려고 애쓴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 온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사랑으로 대한 것을 아는 것도, 그것을 알아주어 이렇게 기쁜 것도 모두가 인정받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기쁨인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사랑이란 서로를 인정해 주는 것임을 알게 한 멋있는 여행을 해 본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나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시키셔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살지만,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오해에 대해서 때로는 화가 난적도 많았었는데, 이렇게 속 깊은 인정을 받고 보니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님이 알아주시며 속 깊은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해 주는 경험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 위하여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