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성의 날에는 ‘디딤돌상’과 ‘걸림돌상’을 주는 행사가 있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여성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 사람에게는 디딤돌 상을 주고 여성비하 발언을 했거나 공정한 삶을 살아내지 못한 사람에게는 걸림돌 상을 준다.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데에 우리는 남에게 모범이 되어 다른 사람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칠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걸림돌이 되어 남을 넘어지게도 하고 다치게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자기를 점검하고 새롭게 만드는 수련을 하는 것이다.

자기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늘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는 기분이 좋아진다. 몇 년 전에 우리 공동체에 와서 석달을 함께 지내다 간 샐리와 히대, 린다가 그 대표자이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70이 되도록 살아오는 우리 교포와 일본인이다. 셋이서 자매처럼 지내고 있으면서 우리 공동체 식구들과도 한 식구가 되었다.

석달을 매일 만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였는데 단 한번도 감정이 상하는 일이 없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배려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더 좋아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활 습관으로 되어 있었다. 자기가 즐기면서도 양보를 하는 것이 다른 사람 눈치 채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언제나 자기가 돈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일에 감사하며 그 일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시시때때로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남에게 걸림돌이 되는 행동이 생활의 패턴이 되어 있으면서도 자기가 그런 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보다는 자기의 편리대로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그 사람에게 좀 고쳐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했을 때 단 한번도 자기의 단점을 인정하지 않고 화를 심하게 내는 행동,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좋은 일을 해 놓고는 반드시 그 일에 대해 칭찬이나 보상을 받으려고 하거나 그 대상을 지배하려고 하는 행동, 자기가 정상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홱 틀어 버리는 행동, 다른 사람을 돌보면서 격려해 주며 봉사를 해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대접을 받으려하는 행동, 자기 돈은 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를 즐겨하거나 언제나 단체의 돈으로만 어떤 일을 하는 행동,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두려워하며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말을 계속해서 하는 행동, 시간이 촉박한데도 자기의 말을 떠벌이며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행동,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고도 자기 마음대로 해 버리는 행동, 언제나 지각하면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전혀 미안한 생각을 하지 않는 행동. 이런 것 들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자기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만 그렇다고 덮어씌우는 생각 속에 빠져있는 것이다.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것만 가지고 그 상처 속에서 해매는 것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남에게 걸림돌이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연히 소외되기 마련인데 그럴 때는 자기를 돌아보면 되고, 거기에서 빠져 나오면 되는데 오히려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기를 변명하며 다른 사람을 소외 시키려고 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어떻게 하나를 물으며 걸림돌 역할을 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자기를 수련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그 공동체는 더 튼튼해 질 것이다. 같은 공동체 속에서 걸림돌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가 같이 앓게 되고 그러다가 그 공동체가 파괴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이라도 깨어 있어서 정신을 차리고 살면 걸림돌이 되는 행동이 제거 될 수도 있다.

사람의 관계는 물과 같아서 구정물이 씻겨나가면 맑은 물이 되듯이 걸림돌이 되는 행동을 버리면 디딤돌이 되는 행동을 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걸림돌 행동을 할 때 나 자신을 돌아보며 함께 아파하며 컴패션을 하면 서로에게 디딤돌이 되며 살게 되는 좋은 세월이 올 것이다.

사실상 공동체라는 말은 아이들 말을 빌리면 ‘오가리잡탕’이 뒤섞여서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되기보다 디딤돌이 되려고 서로가 노력하다보면 깊은 맛이 나는 ‘섞어찌개’가 되어 맛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